선천성 심장질환을 앓았던 김 모씨(22세, 男)는 잇몸질환으로 병원에서 치과 진료를 받은 후 온몸에 고열이 지속되고 오한과 발한을 느꼈다.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했지만 약을 먹어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급기야 정신을 잃고 응급실로 실려 갔다.
검사결과 김씨의 병은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률이 100%까지 높아지며, 치료시기를 조금만 놓쳐도 심각한 합병증과 후유증을 동반하는 심내막염이었다. 잇몸 치료 도중 발생한 세균이 혈액으로 들어가 심장판막에 달라붙었고 혈액과 함께 세균덩어리를 형성한 것이다.
김씨가 앓은 심내막염은 혈관을 따라 돌던 세균이나 곰팡이 같은 미생물이 적절히 제거되지 못하고 손상된 심장에 달라붙어 감염을 일으켜 발생하는 질환이다. 심장 판막에 쉽게 염증을 일으켜 세균 덩어리와 혈전(핏덩어리)을 형성하고 심부전, 색전증 등을 유발해 높은 사망률과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혈전(핏덩어리)에 의해 혈관이 막히는 색전증은 특정 장기의 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비롯한 심근경색증, 대동맥류 등을 발생시키며, 심내막염으로 인한 가장 큰 사망원인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기진단과 신속한 치료가 매우 중요한 심내막염 환자의 수술시기를 결정하는 치료 지침이 한국 의학자에 의해 새롭게 정립돼 전 세계 의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강덕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심장협회(AHA) 학술대회에서 심내막염 환자의 치료 지침이 기존 ‘항생제 투여와 증상 치료’에서 진단 후 48시간 안에 수술을 해야 하는 ‘조기 적극 수술’로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그동안 알려진 치료법을 뒤집고 뇌경색 등의 합병증 발생률을 크게 낮추는 정확한 지침을 제시한 것이다.
지금까지 심내막염의 일반적인 치료법은 4주 내외의 항생제 주사를 통해 원인이 되는 세균을 제거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수술을 하는 방법으로, 조기 수술은 감염된 심장조직에 더 큰 부담을 준다는 생각에 거의 시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강 교수팀의 이번 연구에 따르면 심내막염 환자는 진단 후 48시간 이내에 조기 수술을 해야 뇌경색 등의 합병증 발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심내막염 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색전증의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조기 수술이 더욱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강 교수팀은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진료를 받은 심내막염 환자 76명을 대상으로 치료 후 환자의 상태를 조사했다. 이 중 37명은 강 교수팀의 새로운 치료법대로 48시간 안에 조기수술을 했고, 나머지 39명은 기존처럼 항생제 투여 후 상황에 따라 수술을 했다.
그 결과 조기에 적극적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의 합병증 발생률은 37명 중 1명으로 2.7%에 불과했지만, 표준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39명 중 11명에게 뇌경색, 동맥협착 등의 합병증이 발생해 28.2%의 높은 합병증 발병률을 보였다.
특히 조기수술의 경우 뇌손상을 유발해 신경마비와 언어장애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하는 뇌졸중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나, 기존 치료 지침대로 시행한 환자군에서는 5명의 환자에게 뇌경색이 발병했다.
강덕현 교수는 “4주 내외로 항생제를 맞고 세균을 조절하는 시간동안 오히려 판막의 기능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혈전이 혈액을 돌아다니며 혈관을 막는 색전증으로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한다”며 “색전증의 65%가 뇌혈관을 침범하고 결과적으로 전체 심내막염 환자의 20∼40%에서 뇌경색으로 인한 사망 및 장애가 동반되므로, 최선의 치료를 위해서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심내막염 치료 기준을 새롭게 정립한 내용으로, 심내막염 환자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치료지침이 기존 ‘항생제 투여 후 관찰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심장에 관한 전 세계 석학들의 최대 모임인 미국심장협회(AHAㆍAmerican Heart Association)의 연례 학술대회에서 세계적인 임상연구(Late Breaking Clinical Trial Report)에 선정됐다.
이예림 매경헬스 [yerim@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