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와 키가 경쟁력인 세상이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이제는 남성들도 조금이라도 자신의 키를 커 보이게 하려고 5cm 이상 두께의 깔창이나 굽이 높은 키높이 구두를 선호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키높이 구두는 여성들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이름마저도 위협적인 ‘킬힐’을 비롯해 높은 굽의 하이힐에 몸을 실은 여성들은 일견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완소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이러한 고고익선(高高益善: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의 성향은 남성의 영역으로 그 위세를 확장했다. 이제는 남성의 자신감은 키높이 구두와 깔창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회자되는 분위기다. 이른바 ‘남성 하이힐’의 탄생이다.
문제는 남성의 필수아이템(?)인 깔창과 키높이 구두가 관절, 척추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20·30대 남성의 목과 허리를 약하게 하는 주범이라면 깔창과 키높이 구두는 관절질환의 주범인 셈이다. 실제로 임상경험에 비춰 볼 때 최근 몇 년 사이 관절통을 호소하는 20·30대 남성들이 많이 증가했음을 실감한다.
일단 깔창과 키높이구두는 발목을 감싸는 높이가 높아 일반 구두나 운동화보다 착용감이 현격하게 떨어지고 이 탓에 평상시나 보행 시 체중을 앞쪽으로 쏠리게 하고 발목에 지속적으로 힘을 가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자신의 체중은 그대로 발가락 앞쪽으로 전해져 엄지발가락이 바깥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보행 중 전방으로 쏠린 체중으로 균형을 잡기 위해 자연히 골반도 전방으로 나오게 된다. 이 때문에 고관절의 위치이상을 일으키고 무릎의 연골에 가해지는 부하를 가중시킨다.
특히 무릎관절의 슬개골에 있는 연골은 평소 자신의 체중과 외부충격을 견디는 완충 역할을 하는데 계속적인 부하에 자극을 받게 되면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곧 연골이 약해져 욱신거리는 ‘연골연화증’으로 연결되고 이를 내버려두면 주변 조직에까지 악영향을 줘 퇴행성관절염으로 진행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치료법으로는 우선 무지외반증은 심하지 않으면 보형물이나 교정깔창을 통해 증상이 악화하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염증과 통증이 심한 중증은 돌출 부위의 뼈를 깎고 인대와 연부조직의 길이를 조절하는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 연골연화증이나 관절염 초기증상은 소염제와 진통제 같은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교정, 운동처방, 체외충격파시술 등을 병행하면 호전이 가능하다.
특히 체외충격파시술은 충격파를 병변에 가해 혈관의 재형성을 촉진하고 인대 및 주변조직을 강화할 수 있기에 관절염뿐 아니라 견관절의 석회성 건염이나 회전근개 건증, 오십견 등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한편, 키높이 용품은 무릎뿐만 아니라 척추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전방으로 돌출된 골반의 영향으로 허리는 척추전만증을 유발하게 되고 이는 척추뼈를 이어 주는 뒤쪽 관절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킨다. 허리 뒤편으로 큰 부담을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와 함께 골반이 틀어지면서 척추도 변형될 가능성이 크다.
튼튼한
[하이병원 김영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