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 속을 달래주고, 들끓는 열을 내려주고, 쑤신 통증을 가라앉혀주고. 약은 아픈 몸을 어루만져준다. 하지만 약도 제대로 먹어야 약이 된다. 약은 일반적으로 미지근한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권장되지만, 간혹 물이 아닌 음료, 특히 과일주스와 함께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약과 과일주스의 구성성분이 인체 내에서 상호작용을 일으켜 체내로 적절히 흡수·배설되지 않아 약을 통한 적절한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오히려 약에 의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약과 과일주스가 인체 내에서 어떠한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이에 따른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알아보자.<편집자주>
⑥기타 주스_기타 주스와 약물의 상호작용
석류주스, 크랜베리주스 등 주스들도 다양한 약물들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석류주스
항경련제인 카르바마제핀은 CYP3A4에 의해 carbamazepine 10,11-epoxide로 대사되는 약물이다. 인체 간 과립소체(microsome)를 이용한 연구에서 석류주스가 CYP3A4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개체 당 2mL의 석류주스 섭취 후 50mg/kg의 용량으로 카르바마제핀을 투여한 동물실험에서 카르마바제핀의 혈중농도와 혈중농도-시간 곡선하면적(ACU)이 1.5배 증가됐다는 보고가 있다.
항응고제인 와파린은 CYP450 효소를 통해 대사되는 약물이다. 와파린을 장기간 복용하고 있는 여성이 과량의 석류주스를 섭취한 결과, 항응고 효과가 조절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
◆크랜베리주스
크랜베리주스는 CYP3A4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거나 또다른 효소인 CYP2C9의 활성을 억제해 약물의 대사를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이 섭취하는 정도로는 인체에서 유의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란소프라졸과 와파린은 투약하는 동안에 크랜베리주스와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병용투여를 피하는 것이 좋다.
크랜베리주스는 위의 pH(산도)를 현저하게 낮춰 약의 효과가 감소할 수 있으므로 란소프라졸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크랜베리주스 섭취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크랜베리주스는 와파린 대사에 관여하는 CYP2C9의 활성을 억제해 와파린의 혈중농도를 증가시키고 항응고 작용을 높일 수 있다.
◆사과주스
항히스타민제인 펙소페나딘(fexofenadine)은 사과주스와 함께 섭취 시 약물 수송체인 OATPs가 저해돼 약물의 흡수가 감소되고 생체이용률이 80%까지 감소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포도주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인 플루비프로펜(flubiprofen)의 CYP2C9을 통한 대사를 포도주스가 저해한다는 일부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인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인지할만한 변화가 나타났다는 보고는 없으며, 국내 의약품 허가사항에서 포도주스와의 병용투여에 대한 규제사항이 현재까지는 없다.
◆바나나주스
동물에게 바나나주스를 레보도파(levodopa)와 함께 투여했을 때 AUC와 Cmax가 약 50% 정도 감소한다는 연구보고가 있으나, 인체
◆레몬주스
시험관내(in vitro) 시험에서 레몬주스가 CYP3A4의 활성을 억제한다는 보고가 있으나, 특정 약물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보고는 없으며 국내 의약품 허가사항에서도 규제되는 바가 현재까지는 없다.
문애경 매경헬스 [moon902@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