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건강기능식품 산업이 커짐에 따라 정부가 국내 건강기능식품산업의 육성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규가 산업 육성에 걸맞지 않아 가파르게 성장하는 세계적 추세에 뒷걸음만 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열어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88종을 138종으로 확대 ▲기능성 원료 심사기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 ▲건강기능식품 광고 사전심의제도 폐지 등을 골자로 한 ‘농식품 선진화를 위한 규제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내년까지 3,400억 원의 경제효과와 일자리 창출을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건강식품 업계에서는 건강기능식품산업 활성화의 주요 사안인 ‘편의점 판매 확충 방안’은 빠져있어 수박 겉핥기식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 만능 공간 편의점, 건강 서비스 기능도 제공돼야...
고령화와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나날이 팽창하고 있다. 세계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매년 7~8%씩 성장해 2020년에는 7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이 그중 40%, 서유럽이 25%, 일본이 1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성장률은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3.9%에 불과하고 2014년 기준 생산액도 1조 1200억 원 수준이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확대를 위해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편의점 판매 확충이다. 한국은 인구 대비 편의점 수가 세계 최고인 나라다. 한국의 편의점은 일상 용품 구입은 물론 택배, 뱅킹, 행정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해결할 수 있는 ‘만능공간’이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의약품 등 건강 서비스에 관해서는 유난히 취약하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끝없는 규제가 취약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상비약 허용범위만 보아도 미국과 일본에서는 편의점서 판매하는 약품이 각각 약 3만여 개, 2천여 개인데 비해 국내는 단 20개로 묶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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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의약품의 경우 오남용의 문제도 존재하지만 국가적으로 안전성 검증을 마친 간단한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굳이 전문 의사나 약사를 찾지 않고도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과적으로 국가는 건강보험 예산과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편의점 건기식 판매 확충방안의 부재, 편의점주 부담만 커져
정부가 상비약 편의점 판매 제도에 이어 2015년부터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편의점 판매도 허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년 반이 흐른 지금까지 제대로 된 진열대조차 갖추지 못한 편의점이 대부분이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려면 점주가 일정 시간 위생안전 교육을 받고 서류를 갖춰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한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장 씨(58)는 “아르바이트생 1~2명 데리고 힘들게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에게 이런 절차가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또, 현 규정이 편의점이나 동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점주에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법규로는 점주가 위생안전 교육을 받으면 된다. 종업원이 수백 명인 대형 할인마트의 경우도 대표자 한명만 교육을 받으면 모든 건강기능식품을 팔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나 내년부터 이 교육이 매년 의무이수로 바뀐다. 부담이 더 가중되는 셈이
건강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제를 최대한 풀어 ‘건강기능식품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장관회의의 다짐이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전국 3만1000개에 달하는 편의점들을 어떻게 능동적으로 참여시킬지에 달려있는데 정작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강조했다.
[ 매경헬스 김충식 기자 ] [ mkludacris@mkhealth.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