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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난공불락의 질환'으로 불린다. 발병 사례가 드물지만 생존률이 5% 정도로 극히 낮기 때문이다. 췌장암 생존율이 계속 최저수준인 것은 별다른 초기 증상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발률도 높아 많은 환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꼽힌다.
췌장암 발병률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췌장암 진료 인원은 최근 2년 사이 40.4% 증가했다.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과음 등이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췌장은 '이자'라고도 불린다. 췌장은 명치 뒤 배꼽 사이에 자리하고 있으며 약 15cm의 가늘고 긴 모양을 갖췄다. 췌장의 주요 역할은 체내 영양소 소화, 혈당 조절 및 내분비기능 등이다. 성인의 경우 장내 소화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췌액을 하루 1~2리터 가량 분비한다.
기름진 음식과 술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췌장은 췌액 및 인슐린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큰 무리를 하게 된다. 만약 췌장의 피로도가 누적되면 췌장암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모든 췌장암의 약 95%는 소화액을 생산하는 췌장(외분비성 췌장)에서 발생한다.
췌장암의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것은 자각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췌장암 발병 시 보통 복통과 식욕부진, 체중감소를 보인다. 이때 많은 환자들이 만성피로나 위염, 위궤양 등으로 여겨 췌장암 치료를 방치한다. 증세가 심각해진 상태에서도 바로 췌장암을 의심하기는 쉽지 않다.
췌장암 진단은 복부 초음파를 통해 가능하다. 다만 췌장이 위나 대장 등 다른 장기들에 파묻혀 있어 잘 관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장에 가스가 차 있는 경우 췌장 자체를 식별하기 어렵다.
따라서 췌장암 진단 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복부 자기공명영상(MRI)을 비롯해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 내시경 초음파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췌장암의 치료는 주로 근치적 수술, 항암화악요법, 방사선 치료로 나뉜다. 진행 정도 및 환자 상태를 고려해 적합한 치료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절개 및 정상 세포 손상 없이 암세포만을 정확히 제거하는 '중입자선 치료'가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중입자 치료란 중입자 가속기를 이용한 암 치료법으로 기존 X선이나 감마선의 12배, 양성자의 3배 이상 치료 효율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중입자 치료 시 초당 10억 개의 원자 핵이 암 세포에 도달, 방사선 폭발을 일으켜 암 세포 DNA를 완전히 부순다. 암 세포 조직도 태워 없애 재발 가능성을 줄였다. 또한 체내 깊숙이 들어갈수록 치료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방사선과 달리 중입자 치료는 체내 25cm까지 별다른 데미지 없이 침투해 암 세포를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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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NIRS 건물 전경] |
일본 입자선 암 상담클리닉 츠지이 히로히코 원장은 "중입자선 치료를 시행했을 때 '초기 췌장암 1년 국소제어율'은 약 86%에 가깝다."며 "중입자선 치료는 다른 양성자나 X선, 방사선과 달리 최소한의 세포 손상을 일으켜 몸의 부담이 적기 때문에 췌장암 환자의 치료 전·후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입자 치료의 1회 시술 당 실제 치료 시간은 3분에 불과하다. 치료 횟수도 환자 상태에 따라 1~12회, 최대 3주 이내로 짧다. 덕분에 환자 사회 복귀가 빨라 입원 및 치료, 간병 부담이 적다.
중입자 치료를 최초로 개발한 곳은 일본 국립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다. NIRS는 지난 1994년 중입자 치료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연구소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중입자치료지원센터코리아가 NIRS와 지속적인 교류 활동을 펼치며 국내에 중입자 치료의 이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로 NIRS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한국 환자가 일본의 중입자선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원진재 매경헬스 기자 [ wjj12@mkhealth.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