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딸이 태어나기 직전 전장으로 뛰어들었던 용사의 유해가 무려 61년만에 딸에게 돌아왔습니다.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딸의 DNA제공이 열쇠가 됐습니다.
노경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경기도 성남시의 강춘자씨는 60세가 넘어서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자신이 아직 태어나기 전 배가 부른 어머니를 두고 전장으로 떠났던 아버지 고 강태조 일병의 유해가 국군에 의해 전달됐기 때문입니다.
떠나기 전 어머니에게 불러줬다는 노래로만 아버지를 기억한 강 씨는 기쁨의 눈물을 끊임없이 흘렸습니다.
▶ 인터뷰 : 강춘자 / 고 강태조 일병의 딸
- "많이 불러보고 싶었던 아버지에요. 안겨보고도 싶었고요. 손잡고 걷고도 싶었고요."
사실 강 씨가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노력한 결과입니다.
지난 해 6월 지역보건소를 통해 국방부에 자신의 DNA를 제공했고 그 덕분에 2009년 5월 이미 발굴됐던 유해가 아버지임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인식표의 중요성이 제대로 강조되지 않았던 만큼 전사자 유가족들의 적극적인 DNA 제공이 필요하다고 국방부는 강조했습니다.
▶ 인터뷰 : 박신한 대령 / 유해발굴 감식단장
- "신원확인을 하기 위해서는 유가족들이 (DNA를) 제공해주고 발굴된 유해의 DNA와 비교할 방법 밖에 없는데…"
역시 이날 아들 김인태 씨의 품으로 돌아간 고 김영석 일병의 유해는 올해 6월8일 인식표와 함께 발견돼 비교적 빨리 가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00년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이 개시된 이후 발굴된 유해는 모두 6천여 구.
하지만 고 강 일병과고 김 일병처럼 가족에게 돌아간 경우는 모두 68구 밖에 되지 않습니다.
MBN 뉴스 노경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