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러 사람의 관심 속에 가칭 안철수 재단이 출범했습니다.
안철수 교수가 내놓은 1,500억 원을 바탕으로 여기저기서 내놓은 돈으로 만든 기부재단입니다.
안 원장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의미 있는 말을 던졌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교수
- "나눔이라는 것이 많이 가진 분이 적게 가진 사람에게, 또는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다시 돌려주는 수평적인 개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 원장의 이 말은 최근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그 해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안철수 재단을 관통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소외계층 교육, 세대 간 소통은 바로 국민이 정치권에 절실히 바라는 소망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권은 이 바람을 전혀 들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 교수의 말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교수
-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제 조그만 시작이 어떤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조그마한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련했습니다."
새로운 변화의 첫 물꼬를 트겠다는 안철수 교수의 말을 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안 교수는 오늘 정치와 관련된 질문은 극도로 피했지만 중요한 말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교수
-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은 것인지 고민 중이다. 정치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다만, 내가 정치에 참여하고 안 하고가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평생 고민을 해 온 사람이고 그런 연장 선상에서 봐줬으면 좋겠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안 하겠다는 것인지 여전히 모호합니다.
안철수 재단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길 원치 않아서일까요? 아니면 아직 정치에 나설 마음을 굳히지 못해서일까요?
안 교수가 지난달 설 연휴 직전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한 말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교수
- "미국에서 보니까 민주당도 전당대회 잘 치르고 한나라당도 강한 개혁 의지를 갖춘 것 같아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대가 많이 됩니다. 이렇게 정치하시는 분들이 맡은 바 임무를 잘한다면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정치와 일정부분 거리를 두겠다는 안철수 교수의 말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자꾸 안철수 교수가 재단 출범을 계기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들어갈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 신문은 안철수의 '정치적 역습'이라며 너무 앞서간 제목을 뽑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안철수 재단 이사장을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이 맡으면서 이런 앞서간 추측은 난무하고 있습니다.
박 이사장은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끈 평민당에 입당해 13대 국회의원과 총재권한대행까지 지냈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 캠프의 고문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안 교수가 야권에 발이 넓은 박 이사장을 통해 다시 활발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사실 안철수 교수의 바람은 지난해 안철수 열풍이 불 때만큼 강하지 못합니다.
그의 모호한 화법 때문에 야권 지지자들이 조금씩 떠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또 민주통합당 과정에서 보여준 친노 세력의 부활로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뜨면서 안철수 교수에 기대지 않아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야권 전반에 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말 매일경제와 MBN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야권 대선 후보로 누가 적임자인가?'라는 질문에 문 이사장이 16.1%, 안철수 교수가 19.4%를 얻었습니다.
두 사람의 격차는 불과 3%포인트로 좁혀졌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다급
사람 속을 알 수는 없지만, 현재 안 교수는 우리 사회 전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아주 진지한 고민에 빠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분명히 정치영역에 속한다는 겁니다.
안철수 교수는 결국 정치인의 길을 가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