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 노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부터 2010년 사이에 국무총리실이 공직자는 물론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찰한 증거라며 관련 문건 2,600여 건을 입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공개된 문건을 보면, 민간인 사립학교 이사장 출신인 박 모 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에게 반기를 든 정태근 새누리당 전 의원과 만난 사실이 적혀 있습니다.
또 노무현 정부 당시의 주요 공직자들은 물론이고 조현오 경찰청장과 장수만 전 국방차관, 이완구 전 충남지사 등 현 정부 인사들도 사찰 대상에 들어 있습니다.
KBS와 YTN, MBC 임원진 교체방향 보고서는 'BH 하명', 그러니까 청와대 지시라는 이름으로 명기돼 있습니다.
이 문건이 사실이라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전·현 정권 사람들은 물론, 재계, 언론, 노조, 시민단체 인사들까지 광범위하게 사찰한 셈입니다.
물론 이 문건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청와대는 이 문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총리실에서 확인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도 불법 사찰을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은 일이 없다며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불법 사찰과 관련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역시 어제 뉴스 M과 인터뷰에서 불법 사찰과 자신은 아무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 인터뷰 : 박영준 / 지식경제부 전 차관(3월29일 뉴스 M)
-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만들어지고, 그 기구가 그 일(불법 사찰)을 했을 때 저는 백수 야인이었습니다. 저는 전문용어로 알리바이가 확실합니다. 저는 야인이고 전국 방방곡곡 유랑하러 다닐 때입니다. 그런 일은 할 여지도 없고 알지도 못합니다. 그건 분명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직접 보고받았을 것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전 차관의 말 계속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영준 / 지식경제부 전 차관(3월29일 뉴스 M)
- "대한민국 대통령이 할 일이 없습니까? 오버한 부분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대통령이 그런 것을 보고받을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대통령은 비서관에게 직접 보고받지 않습니다."
어떤 게 진실이고,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 문제는 총선의 최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최고 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민주통합당 최고 위원(오늘)
- "청와대와 사정기관 물론 새누리당도 활용해왔다. 이 사찰기록 청와대와 공유하며 활용해왔다. 박근혜가 왜 민간인사찰 문제에 소극적인가에 대한 해답은 거기서 찾을 수 있다. 민주당은 민간인 불법 사찰을 한국판 워터게이트로 규정한 바 있다. 이제 범국민적으로 대통령 하야 논의 해야 할 시점 아닌가 생각한다."
민주통합당은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를 이명박 정권에 책임을 지우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새누리당도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말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한명숙 / 민주통합당 대표(오늘)
-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무차별적으로 사찰한 보고서가 발견됐다.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심각한 것은 이 내용이 VIP에게 보고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민간인 불법 사찰을 이명박 정권의 책임으로 돌리는 동시에 새누리당과도 연계시킴으로써 이번 총선의 구도를 정권 심판론으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입니다.
야권의 의도대로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이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이명박 정권 심판론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을까요?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을 대하는 새누리당은 다소 복잡합니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이상일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상일 /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오늘)
-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금 총선에 나가서 뛰는 새누리당 후보들도 사찰 대상이 됐습니다. 과거 한나라당의 비주류였던 인사들이 주로 사찰 대상이 됐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이 문제는 반드시 밝혀야 하고 혹시 윗선이 있다면 그 윗선이 누구인지 저희는 철저히 검찰이 밝혀내기를 바랍니다. 저희는 검찰 수사를 예의 주시 할 것이며 만약 검찰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이 되면 다른 조치를 강구 할 겁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그 윗선이 누구인지 철저히 밝히라는 겁니다.
미흡하다면 다른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것은 국정조사나 특검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에 자칫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덮을 때 역풍이 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새누리당의 강경한 태도는 민주통합당과 그리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민간인 불법사찰은 이명박 정권의 일이고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이 이끄는 지금의 새누리당은 이 문제에서 아무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최근 언급한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3월22일)
-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 철저하게 수사를 해 책임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 있는 사람들'이란 어디까지를 말하는 걸까요?
'책임 있는 사람들이라는 범주'에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 본인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뜻일까요?
검찰은 자신을 불법 사찰의 몸통이라고 주장한 이영호 전 비서관과 관련자들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할 예정입니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총선 전에 나올지, 또 어디까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은 잘못된 것이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치는 여야.
그러나 새누리당도 책임이 있다는 야권과 우리와는 관계가 없다는 여권.
표심은 누구의 말을 더 믿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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