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장이 출간한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은 사실상 대선 공약의 큰 밑그림처럼 보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생각의 큰 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안철수의 생각'은 '박근혜의 생각', '문재인의 생각'과 어떻게 다를까요?
사실 안철수 교수는 지난 3월 대학 강연에서 특정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겠다며, 제3의 길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당시 얘기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3월28일)
- "만약 정치에 참여한다면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공동체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쪽으로 하지, 진영 논리에 휩싸여 공동체의 가치를 저버리는 판단은 지금까지 해온 행보와 안 맞는 것이다."
그러나 어제 나온 '안철수의 생각'은 확실히 박근혜의 생각보다는 문재인의 생각에 더 가까운 듯 보입니다.
경제민주화 부분을 볼까요?
재벌개혁과 관련해 안철수 원장은 '재벌그룹은 현행법규상 초법적 존재'라고 전제한 뒤, '경제적인 불공정의 문제 때문에 많은 국민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기업의 특혜를 폐지하고, 중소기업을 중점 육성하는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큰 틀에서는 박근혜의 생각이나 문재인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금산 분리와 순환출자 철폐,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에서는 차이가 납니다.
먼저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
- "민주통합당이 주장하는 것은 경제력 남용보다 경제력 집중 자체를 문제로 삼아 출자총액제한제한이라든가 이런 부분을 가지고 하려고 합니다. 근데 이것은 실효성에 대해 확신도 안 서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국민에게 실질적 도움되는 방법은 공정한 기회와 투명한 시장 이런 걸 만들어서 모든 경제 주체들이 공정틀 속에서 남용 많고 같이 발전하는 긍정적인 면을 살리고 부정적인 건 최대한 개입해서 확실한 법치로 막는 걸로 가는 게 중요하다."
박 전 위원장은 금산 분리와 순환출자 철폐, 출총제 부활에는 부정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대기업의 신규순환출자에 대해서는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안철수의 생각은 다릅니다.
안철수 원장은 이들 제도가 모두 꼭 필요하거나 강화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재인의 생각과 비슷한 셈입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상임고문(7월12일)
- "경제민주화의 진정성은 재벌개혁에서 시작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과 순환출자 금지 등의 규제 강화가 핵심이다. 신규 순환출자만 규제하겠다는 것은 이미 순환출자가 많이 이뤄져 있는 재벌·대기업의 확장을 막는 효과가 없다."
무상급식과 관련해서도 안철수의 생각은 문재인의 생각과 비슷합니다.
이건희 회장의 손자에게도 무상급식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박근혜의 생각이지만, 안철수 원장은 이건희 회장이 세금을 많이 냈으니 그 손자가 받는 무상급식은 공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교육정책 역시 안 원장은 단계적인 반값 등록금 실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쌍용차와 용산사태에 대해서도 정리해고 과연 정당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고, 거주민들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논리만으로 밀어붙이다가 초래한 사건이라고 규정짓고 있습니다.
문재인의 생각과 일치합니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서도 안철수의 생각은 박근혜의 생각과 다른 듯합니다.
안철수의 생각은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믿지만, 국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는 겁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안철수의 새악과 문재인의 생각은 다소 차이가 납니다.
안철수의 생각은 과거 4개 정부가 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 그 판단을 받아들이는 게 옳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의 생각은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민주적 절차와 주민 합의에 기초해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어쨌든 책 내용만 보면 안철수의 생각은 분명히 박근혜의 생각보다는 문재인의 생각에 더 가까운 듯 보입니다.
그러면, 유력 주자인 안철수의 생각에 대해 다른 주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은 어제 안철수 원장의 책 출간에 대해 묻는 기자들 질문에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박 전 위원장의 침묵은 무엇을 말할까요?
이제 안철수 원장과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걸까요?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은 안철수 원장의 책 출간에 대해 "기쁜 일이라 생각한다. 저와 경쟁을 통해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공동정부를 꺼낸 것처럼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는 이제 기정사실화한 걸까요?
아직도 일각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있지만, 대다수 정치 평론가는 안철수 원장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책이 아니라, 본인의 입으로 안철수 생각을 솔직히 밝힐 날이 곧 올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