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주고 비례대표를 샀다는 의혹을 받는 있는 현영희 의원과 공천심사위원이었던 현기환 전 의원 두 사람의 문제로 끝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검찰은 현영희 의원의 전 비서인 장 아무개 씨에게서 돈을 받아 현기환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기문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의 집에서 루이뷔통 가방을 발견했습니다.
장 씨가 수억 원의 돈을 담았다고 주장한 바로 그 가방입니다.
검찰은 또 현기환 전 의원과 조 씨가 돈을 전달받은 당일 전화 통화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물론 조 씨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어제 조사를 받고 나온 조 씨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조기문 /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
- "(현기환 의원 만나셨어요?) 안 만났습니다. (통화는 하셨어요?) 안 했어요."
그러나 조 씨가 말을 계속 바꿨기에 이 말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검찰 안팎의 얘기입니다.
돈이 오간 3월15일 서울에 간 적 없다던 조 씨의 말도, 정 아무개 씨를 만나지 않았다던 말도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현기환 전 의원을 2008년 이후 만난 적이 없다던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반면 돈을 전달했다고 하는 정 씨의 주장은 하나둘씩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의 결백 주장과 달리 '아, 뭔가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는 것은 최근 수사 흐름이 '이게 끝이 아니구나'라는 의심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부산지역 '친박계 스폰서'로 불렸던 현영희 의원이 현기환 전 의원 외에 친박계 실세인 이정현 최고위원과 현경대 전 의원에게도 돈을 줬다는 의혹입니다.
현영희 의원은 어제 부산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고 나서 기자들에게 '두 의원이(이정현 최고위원, 현경대 의원)이 어려운 곳에 출마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 공식적으로 후원금을 전달하려고 비서인 정 씨에게 돈을 줬고, 정 씨는 자신 이름으로 후원금을 나눠 냈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차명으로 후원금을 받았다 하더라도 처벌 대상은 아닙니다.
차명으로 후원금을 낸 현영희 의원이 문제이지, 모르고 받은 사람은 법적으로는 죄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이정현 최고위원은 한때 박근혜 후보의 대변인으로 불릴 정도로 측근 중 측근이기 때문에 그가 입을 상처, 나아가 박근혜 후보가 입을 상처는 적지 않을 듯싶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정현 최고위원은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은 황당한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해명했습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정현 / 새누리당 최고위원
- "그런 후원금이 제게 보내줬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실이고 황당하기도 합니다. 지난 총선 때 광주에서 혼신의 열정을 쏟아서 뛰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후원금을 보냈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고, 후원금도 저에게 별로 의미도 없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을 상대로 선전해 스타로 떠오르는 손수조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도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검찰은 곧 손수조 위원장을 불러 사실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손수조 위원장은 지난 6일 MBN 뉴스 M에 출연했을 때만 하더라도 관련 의혹을 전혀 모른다는 듯 얘기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손수조 /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8월6일)
- "(앵커)정치 신인이긴 했습니다만 같은 부산 지역에서 있었던 일이니까요. 당시에도 현기완 전 의원이 PK 지역의 공천을 쥐락펴락한다는 소문들이 돌았다던데. 못 들으셨습니까?
(손수조) 저 같은 경우는 메인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듣지 못했습니다만 사실 누가 쥐락펴락하고 누가 주도한다는 것을 후보자가 왜 알아야 합니까? 그것은 몰라야 합니다. 끝나고도 몰라야 하고요. 하지만, 지역에 있다가 보면 공천이 돈으로 왔다 갔다 한다는 카더라 소문은 많이 들립니다. 이것이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이런 논란이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 말이 사실인지는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이런 의혹이 나온 것만으로도 친박계 인사들이 입을 상처는 적지 않은 듯합니다.
친박계인 현영희 의원이 같은 친박계 의원에게 시도한 공천 장사, 그리고 차명 후원금 제공은 결국 누구에게 화살이 미칠까요?
어제 경선 토론회에서 김문수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설전을 보면 그 답이 있는 듯합니다.
잠깐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김문수 / 새누리당 경선 후보
- "(김문수) 사실 최근에 여러 가지 공천 비례대표 공천 부분이 말이 많은데 제가 듣기는 현영희 의원 사례분 아니라 새누리당 공천에 공천 비리 잡음 많은데 혹시 박근혜 후보 들어봤는지 금시초문인지요?
(박근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비리에 연루돼 있단 의혹을 받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모가 나온 것도 없는데 말을 하는 게 새누리당 몸담고 있는 분으로서, 야당이면 이야기를 할 순 있겠지만.
(김문수) 못 들어봤습니까?
(박근혜)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걸 공개적으로 이야기해서 이게 새누리당이 완전히 복마전같이 자꾸 국민에게 이야기하는 게 과연 이게 새누리당에게 도움이 되는가? 전 이걸 감출 생각도 없고, 분명히 해야 하지만…
(김문수) 제가 말하겠습니다. 우선 그런 비리 의혹 있다는 것을 들어봤습니까? 못 들어봤습니까?
(박근혜) 그런 일도 있다 생각합니다.
(김문수) 들어봤습니까?
(박근혜) 네. 들어봤습니다."
박근혜 후보도 지난 총선 당시 공천 비리, 부정과 관련해 소문을 들어봤다는 말 어떻게 보십니까?
박근혜 캠프 쪽은 최근에 이런 소문을 접했다는 뜻이지, 지난 총선 시점에 그런 소문을 박 후보가 알고 있었다는 뜻은 아니라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알았다면 박 후보 성격상 가만히 있었겠느냐는 겁니다.
어쨌든 박근혜 캠프 쪽은 현영희 의원의 공천 헌금 의혹이 친박계 전체로 불똥이 튀면서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합니다.
정말 대책이 없고, 감당이 안 된다는 말도 들립니다.
검찰 수사 결과 일부 의원이 무죄가 드러나도 '친박계의 도덕성을 국민이 믿어주겠느냐?'라는 한숨 섞인 말도 들립니다.
이상돈 정치발전 위원이 박근혜 후보도 피해자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박근혜 후보는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 스스로 말했듯이 지금 박근혜 후보와 박근혜 캠프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 (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