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후보인 박근혜 후보를 상대하는 동시에,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견제와 포용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다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박근혜 후부와 상대하는 전략을 볼까요?
두 후보 사이에 가장 첨예한 문제는 서해 북방한계선 NLL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서해 NLL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인데, 진위 공방이 뜨겁습니다.
천안함 현장을 찾은 문재인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0월12일)
- "만약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 대신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 그것이 저의 잘못임을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국민에게 평가 받겠습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라면 정문헌 의원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민주통합당은 비밀 녹취록이 있는지, 또 그 안에 정말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있는지 현 원세훈 국정원장이 밝히면 된다고 말합니다.
1급 비밀인 정상회담 대화 내용을 세세하게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녹취록존재 여부와 관련 내용이 있는지 여부만 여야 의원들에게 확인해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평소 노 전 대통령이 서해 NLL을 포기해야 한다는 발언을 많이 했다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을 가능성을 확신하는 분위기입니다.
우리 쪽은 아니더라도 북한이 정상회담 내용을 녹취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상회담 내용을 담은 것이 여러 명이 배석한 대화록인지, 아니면 정말 단독 회담의 비밀 녹취론인지도 궁금합니다.
일단 대화록이 있다는데는 여야가 모두 인정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
- "(문재인 후보가 녹취록 있다는 주장 사실이라면 자기가 책임지고 아니면 박근혜 책임지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제일 잘 아는 사람이 관계된 사람인데 관계된 사람이 관련된 상황에 대해 명백하게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후보가 관련 내용을 명백히 밝히라는 겁니다.
양쪽의 기세를 봤을 때, 대선을 앞두고 서해 NLL 문제는 어느 한 쪽이 치명상을 입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수장학회 문제도 대선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최근 정수장악회 최필립 이사장과 MBC 간부들이 모여 정수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는 MBC 지분 30%를 팔아 부산 경남지역의 복지 기금으로 쓴다는 밀실 협의가 있었다는 겁니다.
부산 경남지역은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최근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합쳐서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을 팔아 생긴 수천억 원을 이 지역 복지기금으로 쓴다면,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는 불 보듯 뻔합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10월14일)
- "어떠한 경우에도 박근혜 후보와 관계있는, 박정희 대통령이 착취한 정수장학회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되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지는 그런 환원이 돼야지, 박근혜 후보의 선거를 위한 그런 정략적 이용은 있을 수 없고, 또 만약 그렇게 이용될 경우에는 선거법에 위반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우리 민주당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주시하겠다는 것을 말씀 드립니다."
민주통합당은 정수장학회 국정조사와 청문회 요구를 검토하며 국정감사 보이콧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NLL 문제가 불거지니까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내심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와 정수장학회는 아무 관련이 없는데, 쓸데없이 최필립 이사장과 MBC 간부가 그런 회의를 해서 오해만 심어줬다는 겁니다.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은 '최 이사장과 박근혜 후보의 연관성으로 오해가 생기는 것이어서 최 이사장이 그만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남기춘 쇄신특위 산한 클린정치위원장도 '총으로 강제로 빼앗겠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최필립 이사장은 자진사퇴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최 이사장은 2014년까지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NLL 문제를, 민주통합당은 정수장학회 문제를 대선 끝까지 물고 늘어질 태세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한쪽에서는 NLL과 정수장학회 문제로 박근혜 후보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13일 안철수 후보에게 민주당에 입당해 후보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한 데 이어, 어제는 조국 교수가 제안한 3단계 단일화 방식을 수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캠프의 진성준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진성준 / 문재인 캠프 대변인
- "조 국 서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치 혁신 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할 것을 안철수에게 정식 제안합니다. 조국 교수 제안처럼 공동의 정치 혁신위원회는 양측이 반반씩 동수의 위원 추천하고 그 위원장에는 조국교수를 합의해서 선임하자는 것이다. 문 후보는 조국 서울대 교수가 제안한 후보 단일화 3단계 방안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수용합니다."
다만, 진 대변인은 '안 후보가 지금 당장 후보단일화 논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단일화 전제 없이 정치 혁신을 위한 공동 실천방안으로 구성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름 안철수 후보를 배려한 것일까요?
조국 교수의 단일화 3단계 플랜은 정치혁신위를 설치하고, 공동 정책을 개발해, 세력을 조율하자는 겁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이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
- "진짜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헤아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드릴 말씀 없습니다."
유민영 대변인은 '국민이 원하는 변화가 중요하며, 각자 정권교체와 새로운 변화를 위해 집중하고 노력할 때다'고 덧붙였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후보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 안철수 후보는 정권 교체보다는 정치개혁을 우선시하는 것 같습니다.
문 후보는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승부수를 던진 셈이고, 안 후보는 그런 승부수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입니다.
안철수 후보가 끝내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요?
안철수 지지층 가운데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호남표와 중도 진보성향의 무당파 층이 문재인 후보 쪽으로 이탈할지도 모릅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그리고 안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거리두기를 할수록 이런 흐름은 더 강해질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이들에게는 정치개혁도 중요하지만, 정권 교체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후보도 이런 안 후보의 약점을 알고 이런 제안을 내놓은 걸까요?
그러나 안철수 후보 태도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정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새로운 정치를 표방했는데, 문재인 후보 제안을 덜컥 받아 후보단일화에 나서면 무당파 지지층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정치가 아니라 기존 정치에 물들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후보의 정책좌장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장하성 / 안철수 캠프 경제민주화 위원장
- "국민 상당수가 정당 밖에 있는 사람을 지지하는 현상에 대해 민주당이 해결책을 들고 나와야 합니다."
민주당이 해결책을 들고 나오라는 것은 민주당이 정치 쇄신, 정당 쇄신을 통해 국민에게 인정받음으로써 안철수 후보가 당당히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열어달라는 뜻일까요?
그렇다면, 한 달 안에 문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설득할 수 있는 정당 쇄신을 할 수 있을까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문재인 후보로서는 박근혜 후보와는 대립각을 세우며 제1야당의 대선 후보임을 부각시켜야 하고, 안철수 후보를 상대하면서는 당근과 채찍이란 전략을 통해 그 지지층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