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기자회견 다음날인 어제 중앙선대위 회의가 열렸지만, 박 후보 기자회견에 대한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NLL 얘기 말고는 특별한 말이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일부에서는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회의 시작에 앞서 함구령을 부탁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박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 당내에서 다른 소리가 나오면 불 붙은 데 기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최필립 이사장을 너무 지나치게 압박하면 그분이 완강하게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자극하는 말을 삼가자는 겁니다.
그래서 다들 말이 없었을까요?
그렇다고 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어제 뉴스 M에 출연했던 이상돈 박근혜 캠프의 정치쇄신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상돈 / 새누리당 정치쇄신 위원
- " 좀 잘못된 게 아니라 많이 잘못된 것으로.. 일단에 기본적인 입장에 서 있는 것은 맞습니다. 장학회와 당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러면서 최필립 이사장한테 어떤 메시지를 던지긴 던지는데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일반 국민이나 최필립 이사장 본인도 알기 어려웠을 겁니다. 최필립 이사장이 나보고 그만두라는 건지, 버티라는 건지 그런 면도 있고. 그다음에 더 문제는 후반부에 가서 말하자면 역사적인 사실과 좀 부합되지 않은 거, 판결을 혼동한 거, 이런 것이 보통 문제가 아니죠."
이 위원은 특히 지난번 인혁당 발언처럼 당 지도부하고 전혀 교감 없이 기자회견을 한 것이 더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어쩌면 공동 선대위원장들의 속내도 이 위원과 같지 않았을까요?
박 후보 역시 이런 당내 분위기를 모르진 않을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전날 기자회견에서 최필립 이사장에게 물러나라고 한 건지, 아닌지 혼란을 줬던 박 후보는 어제보다 분명한 어조로 최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그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
- "(최필립 이사장이 사퇴 거부하고 있는데)
상황이 사퇴를 거부한다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공익재단은 모든 일을 감독 기관의 승인을 받고 감독 받고 맘대로 할 수 없습니다.
분명하게 감독 승인받는 재단인데 그럼에도 정쟁의 중심에 서게 된 데 대해 제가 기자회견에서 얘기했듯이 국민 앞에 명쾌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제가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일부 언론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포함해 공익재단이기에 국민에 명쾌하게 소상하게 밝혀야 합니다."
(최필립 이사장은 어제 후보 표현이 사퇴 요구 아니라 하던데요.)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어제 얘기한 대로 받아들여 주세요.
(법원 판결 강압 논란에 대해서는?)
제가 어제 답을 드리는 과정에서 법원에서 김지태 회장의 의사결정 자유가 박탈될 정도로…. 뭐라 그럴까 강압성이 인정된 거 아니라고 설명한 건데 표현에서 오해가 있었습니다."
박 후보가 분명하게 최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고, 또 MBC 지분 매각 의혹에 대해서도 밝히라고 했으니 이제 공은 최 이사장에게 넘어간 것일까요?
그런데 공이 박 후보를 완전히 떠난 것 같지가 않습니다.
당내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또다시 박 후보의 측근 정치와 불통 리더십이 불거졌고, 박 후보의 역사 인식에 대한 근본적 물음도 던져졌습니다.
함구령이 떨어졌다고 해서 이런 불만과 문제 제기가 그리 오래 묻혀 있을까요?
박근혜 캠프와 달리 안철수 캠프에서는 정반대로 후보 단일화에 대한 함구령이 풀린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안 캠프 사람들은 후보 단일화 질문을 하면 한결같이 '지금은 후보 단일화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는 앵무새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9일 안철수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언급하면서 그 족쇄가 풀렸습니다.
당시 안철수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
- "열심히 해서 끝까지 가아죠. 만약 국민이 원하셔서 단일화 과정이 생긴다면 거기에서 이겨서 끝까지 갈 것이고 아니면 아닌데로... 출마선언에서 말씀드렸듯이 정치쇄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정도면 정치쇄신이 될 것 같다는 희망들을 다 포함해서 판단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단일화 과정이 생긴다면 거기에서 이겨서 끝까지 가겠다는 말이 신호탄이 된 듯합니다.
안 후보의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이길 수 있는 후보론'을 강조하며 문재인 캠프를 자극했습니다.
그 말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선숙 / 안철수 캠프 공동선대본부장(10월22일)
- "기존의 방식으로는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단일화 방안 만들어주면 하고 승리할 겁니다. 무거운 책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단일화만 하면 무조건 이긴다는 필승론은 피해야 합니다. 단일화 과정 만들어주면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단일화해야 합니다."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 역시 후보 단일화는 후보등록일 전에 해야 한다고 시점까지 제시했습니다.
후보 등록까지는 이제 한 달 남짓 남았으니, 지금부터 후보단일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안철수 캠프는 후보 단일화가 피할 수 없다면, 주도권을 잡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 것 같습니다.
오늘 나온 정치개혁의 구체적 안이 그 시발점인 것 같습니다.
안철수 캠프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시작된 만큼, 문재인 캠프도 호락호락 끌려다니지만은 않겠죠.
문재인 캠프는 친노 인사 9명의 자진사퇴에 이어 '새로운 정치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정치 쇄신의 구체적 청사진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
-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지키고 더 많은 특권을 가지려고 싸우기만 한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삶과 동떨어져서 그들끼리의 정치, 그들만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것이 국민의 한결같은 인식이었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이외의 권한을 갖지도, 행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헌법에 따라 책임총리와 권한을 나누겠습니다."
문 후보는 특히 정당혁신과 관련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과, 지역구 의석 200석, 비례대표 100석 조정안도 제시했습니다.
마치 안철수 후보 쪽에게 '자 보아라. 우리가 이렇게 정당혁신을 하고 있다'라고 항변하는 듯합니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안철수 후보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 정치혁신안을 수립했을 것'이라며 마치 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안철수 후보를 끌어들이려고 내놓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분위기만 놓고 보면, 분명히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정치 혁신, 정당 혁신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캠프와 안철수 캠프 모두 정치 쇄신안을 내놓았으니 이제 후보 단일화의 첫 번째 단계가 시작된 셈입니다.
그렇다고 후보 단일화가 잘 될 것이라 속단하기는 무리입니다.
가장 중요한 후보 단일화 방식에서 양측의 견해 차이가 여전히 크기 때문입니다.
대선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