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고아들의 북송 뒤에는 북한의 치밀한 준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국도 손을 쓸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왜 그런지, 박호근 기자가 설명해 드립니다.
【 기자 】
중국에서 꽃제비로 몇 달, 많게는 몇 년을 떠돌던 북한 이탈 청소년 9명이 라오스 국경을 넘은 건 지난 9일입니다.
한국인 장 모 씨 부부가 탈북 고아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려고 중국-라오스-한국으로 이어지는 동남아루트를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라오스 국경 인근에서 검문에 걸려 지난 16일 수도 비엔티안으로 옮겨져 이민국에 억류됐습니다.
라오스 이민국은 지난 20일쯤 이들을 조사한 뒤 한국행 의사를 확인했고 곧바로 한국 대사관에 인계할 뜻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라오스 측은 3일 뒤 시간이 더 필요하니 기다려달라고 해놓고, 그저께(27일) 탈북자들을 중국으로 돌려보냈다며 강제추방 사실을 사후 통보했습니다.
이 사건을 조기에 인지한 북한이 탈북 고아들의 신병 인도를 강하게 압박해 라오스가 거부할 수 없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의 조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 역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라오스 주재 북한 대사관의 치밀한 전략 때문이었습니다.
북한은 탈북 고아들이 라오스에서 추방되기 전 중국행 단체 비자를 받아 중국에 입국했습니다.
탈북 고아들의 자격은 불법 월경자가 아니라 합법적인 여행자 신분이었던 겁니다.
따라서 중국도 탈북 고아들에 대한 신병을 확보할 방안이 없었습니다.
중국이 한중관계를 고려하면 어떤 이유를 대든 이들의 출국을 막을 수도 있었겠지만, 최근 민감해진 북중관계 또한 무시할 수 없어 딜레마에 빠졌던 겁니다.
결국, 중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중간한 태도를 취하는 사이 탈북 고아들은 북한 요원의 손에 이끌려베이징에서 평양으로 가는 고려항공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MBN뉴스 박호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