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한 꽃제비 9명이 라오스에서 붙잡혀 다시 북송된 것을 놓고 파장이 큽니다.
북송된 그들은 어떻게 될까?
우리 외교 당국은 뭘했고, 그들이 북송되는 것을 손 놓고 뻔히 쳐다만 봐야 했던 것일까?
많은 생각이 떠오르지만, 딱히 속 시원하게 알 길은 없습니다.
탈북지원단체의 말을 들어보면, 이번에 북송된 9명은 심한 고문이나 처형을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문 탈북자들은 북한 요원들에게 붙잡혀 북송되더라도 노동 단련대 입대하는 등 처벌 수위가 낮지만, 한국행을 시도하다 붙잡힌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고 합니다.
정치범 수용소, 교화소에 수감돼 고문을 당하고 일부는 공개 처형당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 인터뷰 : 김용화 / 탈북난민인권연합회장
- "남한에 보내 달라고 애걸복걸했던 애들이기 때문에, 북한에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사형, 정치범 수용소도 종신으로 보내겠죠."
유엔과 미국, 우리가 나서 이들의 신변 보장을 아무리 얘기한 들 북한 당국이 들을 리 없겠죠.
그들의 운명은 이제 우리 손을 떠났습니다.
우리가 도와줄 길이 없어 보입니다.
만시지탄이지만, 왜 우리는 그들을 도와주지 못했을까요?
수전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27일까지만 해도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의료지원까지 하면서 한국행을 의심할 상황이 아니었는데, 북한이 돌연 개입해 일이 틀어지게 됐다는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왜 우리 대사관은 그들의 한국행을 돕지 못했을까요?
그들의 가혹한 운명보다는 혹여 꼬여버릴 외교 관계가 더 신경쓰였던 걸까요?
중국 국경을 넘어 라오스에 왔을 때 왜 우리 외교 당국은 그들이 희망하는 한국으로 데려오지 못했을까요?
혹시 라오스 주재 한국 대사관의 잘못은 없었던 걸까요?
이들 꽃제비 9명의 탈북을 도왔던 선교사 주 모씨의 말을 들어보면, 이들이 한국으로 올 기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라오스로 건너간 이들이 라오스 경찰 단속에 걸렸을 때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라고 둘러댔다고 합니다.
거짓말이 들통날까 한국 대사관에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전화기로 들려온 말은 '탈북자 신분을 밝혀라'라는 겁니다.
대사관 직원은 왜 그들이 우리 국민이라고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탈북자임을 스스로 밝히라고 했던 것일까요?
이들이 체포된 이후에도 주 선교사는 우리 대사관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오히려 '도청 가능성이 있으니 전화를 하지 마라'라는 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 사이 북한 요원들은 라오스 이민국이라고 속이고 탈북자들을 조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꽃제비 9명은 17일 동안 라오스에 있으면서 수차례 한국 대사관으로 가겠다고 의사를 밝혔지만, 우리 대사관 직원은 단 한 번도 그들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 인터뷰(☎) : 라오스 한국 대사관 관계자
- "본부에 전화를 해주세요. 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 인터뷰 : 정 베드로 / 북한정의연대 대표
- "(탈북자를 위해) 우리나라 국외 대사관에 보호 요청을 하고 연락을 했다가 거부당했고…. 한 달 동안 갇힌 적이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한국행은 목숨을 건 도박입니다.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간 뒤 목선을 타고 해류를 따라 일본으로 가 한국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중간에 큰 파도를 만나 목선이 뒤집히면 그야말로 수장입니다.
중국 국경을 넘어 라오스나 동남아, 중앙아시아, 러시아, 심지어 서유럽까지 가서 한국으로 오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곳곳에 있는 북한 비밀 요원에게 적발되기 일쑤입니다.
그나마 감시가 덜했던 게 동남아 루트인데, 이번 일로 이 루트 역시 위험성이 커져 폐쇄될 것으로 보입니다.
탈북자들이 북한을 떠나 한국으로 오기가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일로 탈북자 문제는 남북 관계, 또 한중 관계에 민감한 이슈로 떠오를 것 같습니다.
자칫 심각한 외교 문제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이를 우려해 외교부는 그동안 탈북자 문제에 대해 조용한 외교를 지향해 왔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됐으면 조용한 외교가 능사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탈북자들에게 국제법상 '난민' 자격을 줄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하고, 그들이 북한으로 송화되더라도 핍박을 받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압력을 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싫든 좋든 그들은 나중에 통일된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에 그들을 보호하는 일 역시 우리 정부의 중요한 의무 가운데 하나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