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얘기냐고요?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얘기입니다.
몇 달 째 언론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얘기를 다루는데도, 싫증 내는 국민이 없습니다.
다른 화두였다면, 벌써 지겹다는 전화가 방송사에 빗발쳤을 텐데 말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쯤 되면, 그만 포기하고 숨겨 놓은 재산을 내놓을 법한데 끝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검찰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습니다.
'왜 나만 갖고 그래?'
'끝까지 한번 해보자'
뭐 이런 심리일까요?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는 정말 비자금이 한 푼도 없는 걸까요?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한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전두환 전 대통령(1988년 11월, 대국민 사과성명)
- "대통령직에 있으면서 축재했다고 단죄를 받는 사람이 더는 재산에 무슨 미련이 있겠습니까. 이 재산은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처리해주시기를…"
▶ 인터뷰 : 전두환 전 대통령(1995년 12월, 골목길 성명…검찰 수사 거부)
-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저는 검찰의 소환 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 인터뷰 : 전두환 전 대통령[1997년 특별사면, 석방]
- "김대중 대통령을 중심으로 해서 밤낮 가리지 않고 뛰면 전화위복의 전기가 될 것이다. 교도소 생활이라는 게 여러분은 교도소 가지 마시오, 그것만 내가 얘기하고 싶습니다."
▶ 인터뷰 : 전두환 전 대통령(2003년 4월)
- "예금이 30여만 원에 불과하고 보유 현금이 하나도 없다.
▶ 인터뷰 : 전두환 전 대통령(2012년 4월)
- "(추징금은?)
그거 뭐 당국에서 알아서 하겠지."
▶ 인터뷰 : 이순자 여사
- "정치자금을 전부 다 뇌물죄로 했기 때문에, 그 돈을 우리가 낼 수가 없어요."
(아들들이나 친척들이 꽤 돈이 많이 있는...)
"그것은 아니죠, 대한민국은 각자 각자인데 그게 연좌제가 아니죠. 그건 아닙니다. 그거는 모두 이해를 하셔야 되요. 각하 것은 성의껏 다 냈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알고 계세요."
▶ 인터뷰 : 전두환 전 대통령 (2010년 동남아 순방 직후)
- "항상 정치를 하려면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하는 거야. 그때 그때 필요한 대로 거짓말하고 그러면 안 되지..."
마지막에 한 이 말이 귓가에 맴도는 군요.
'그때 그때 필요한 대로 거짓말하고 그러면 안되지'
정말 전두환 전 대통령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까요?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8년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재산내역을 공개했습니다.
▶ 인터뷰 : 전두환 전 대통령(1988년 대국민 담화)
- "제 가족의 재산은 연희동 집 한채, 금융자산 23억원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1996년 내란 뇌물죄로 공판을 받을 때 법정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인터뷰 : 전두환 전 대통령(1996년 공판) '1988년 발표한 재산 내역은 당시 정치상황에 따라 허위로 발표한 것이다'
본인이 거짓말을 한 셈이군요.
자식들도 거짓말을 한 게 드러났습니다.
▶ 인터뷰 : 아들 전재용 씨 (2004년 2월)
- "채권은 1988년 받은 결혼축의금을 외조부 이규동씨에게 맡겼고, 2000년 이를 돌려받은 것이다"
그러나 1년 뒤 법원은 무려 73억5500만 원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채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결혼축의금이 아니라는 얘기죠.
처남 이창석 씨도 거짓말을 하다 들켰습니다.
▶ 인터뷰 : 처남 이창석 씨(2013년 6월)
- "(추징금 관련해) 왜 가족들을 괴롭히나, 연좌제 아닌가."
연좌제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 씨의 부인 홍정녀씨 채권 계좌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섞여 있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순자 여사는 검찰이 연금보험 30억 원을 압류하자,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라며 당장 다음달부터 생계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 인터뷰 : 정주교 / 전두환 전담 변호사
- "오늘(22일) 방문 목적은 이순자 여사의 압류된 재산 소명자료 검찰 제출을 위해 자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어제 보험 압류된 것은 본인이 상속받은 재산이며 세금을 내고 은행에 보관해 온 돈인데, 그것이 압류되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으로 잘못 알려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돈으로 생활해 오셨는데 당장 이달부터 생활이 어려우시다는 사정을 검사님께 설명드리라 하셨습니다. (전 전 대통령 수사 전체에 관해서 변호 담당하고 계신 거죠?)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검찰 수사로 전환되면 변호사 선임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순자 여사의 이 돈이 정말 물려받은 유산인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인지는 또 두고 볼 일입니다.
어쨌든 돈이 29만원 밖에 없다고 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말은 거짓말임이 드러난 셈입니다.
검찰이 압수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은행 대여금고 7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가족 측과 은행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금고를 열었더니, 예금통장 50개와 금,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 40여 점이 나왔습니다.
짝퉁이많은 그림과 도자기 등 미술품과는 다르게 비싼 귀금속은 은행 금고에 숨겨놓은 셈입니다.
검찰은 특히 대여금고에서 자금 이동 내역이 담긴 각종 송금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이와 함께 전 전 대통령과 아들들의 최근 20년간 증권 거래 내역도 추적하고 있습니다.
뭔가 나올 것 같습니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을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는 왜 그토록 버텼을까요?
시간이 지나면 묻힐 것이라 봤을까요?
이제 82살인 전두환 전 대통령.
전직 대통령이라는 명예를 조금이나마 간직하려면 자식들 재산을 모아 추징금 1672억원을 내고, 국민께 사과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알토란' 같은 재산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국민의 돈을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생각해야 할 겁니다.
그 기회가 어쩌면 지금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늦으면 재산도, 명예도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할 지 모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