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은 한층 자신감이 붙은 듯합니다.
특히 북한을 대하는 정책은 국민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국내 여러 정치적 악재에도 석 달 째 60%대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어제 금강산관광 실무회담을 10월2일에 갖자고 수정제의했습니다.
애초 우리 정부가 제의했던 9월25일보다 일주일 늦췄고, 북한이 수정 제의한 8월 말~9월 초보다는 한 달 정도 늦은 시기입니다.
애초 북한 수정 제의에 화답해 9월 25일보다 앞당기지 않겠느냐는 유력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의 설명입니다.
▶ 인터뷰 : 김형석 / 통일부 대변인(8월27일)
- "지금 남북관계에서 여러 가지 일이 진행되고 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여유 있게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을 열자는 뜻입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을 연계시킬 만큼 다급한 데, 우리 정부는 여유 있게 다루겠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어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대북 정책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북한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북한을 끌고 올 수 있다는 자신감 말입니다.
물론 이런 자신감이 부메랑이 돼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이고 남북관계를 다시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자신감은 박 대통령이 말하는 '원칙'에 대한 강한 믿음을 낳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정치, 대야 관계도 이런 원칙이 통할까요?
지금 민주당과 청와대는 회담을 놓고 치열한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야 대표와 청와대의 회담 제안과 역제안을 영상으로 보시죠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8월3일)
- "제1야당 민주당의 대표로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합니다. 사전 조율도 의전도 필요 없습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8월5일)
- "본인은 여당 대표로서 여야 대표가 함께 대통령을 만나뵙고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3자 회담을 제안합니다."
▶ 인터뷰 : 김기춘 / 대통령 비서실장(8월6일)
- "각종 국정 현안이 원내에 많은 만큼 여야의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 회담을 열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 인터뷰 : 노웅래 /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8월7일)
- "대통령께서 현 정국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그에 따른 해법을 진지하게 고민하신 결과가 이런 5자 회담 역제안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 SYNC : 박근혜 / 대통령(8월26일)
- "부정선거까지 언급하는데 저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습니다. 저는 민생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습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8월27일)
- "민주당이 제안한 대통령·민주당 대표와의 양자회담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결론을 내고…."
이달 초부터 지금까지 한 달 간 여와 야, 그리고 청와대는 회담 제의만 주고받은 셈입니다.
민주당의 2자 회담과 청와대의 5자 회담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대안으로 제시됐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3자회담 제안은 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유명무실해졌습니다.
황우여 대표만 머쓱해졌습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어제부터 천막생활에 들어갔습니다.
장외투쟁에 들어간 지는 한 달이 다 돼갑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민생 회담이 아닌 국정원 회담은 받을 수 없다며 5자 회담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야 한다는 제안도 있지만, 청와대는 꿈쩍도 않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마치 북한을 대하듯, 야당을 대하고 있다는 말까지 합니다.
잘못된 기존의 대북 정책을 바로 잡으려고 원칙을 고수하듯, 박 대통령이 잘못된 정치문화를 바로 잡으려고 대야 원칙을 고수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입니다.
이달 초 박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8월9일)
- "상식적인 정치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관심이 있고 그 분야도 챙겨주시고, 청와대, 정부, 국회, 정치권이 하나가 돼서 돌아갈 수 있도록 소통 강화에 힘써주시기 바란다."
비상식적인 북한에 끌려갈 수 없다는 듯이, 혹 지금 민주당의 2자 회담 요구도 비상식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일까요?
'성과 없는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대북 원칙도 대야 관계에 적용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국정원 선거개입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박 대통령과 그래도 박 대통령이 사과는 해야 한다는 김한길 대표가 단둘이 만난들 어떤 합의점이나 성과가 있겠느냐는 겁니다.
무의미하고 의례적인 회담이 될 뿐이라는 게 청와대 시각인지도 모릅니다.
대북 문제만큼 국내 정치문제에서도 원칙을 지키겠다는 박 대통령.
결국, 두 손을 들고 나온 북한처럼 야당
아니면 그 원칙이 혹 부메랑이 되어서 대북관계도, 또 대야 관계도 더 어렵게 만들까요?
대통령 자리가 힘든 건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선택과 판단을 늘 해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