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하면 이석기 의원과 국정원 둘 중 하나는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이석기 의원의 혐의는 내란음모죄입니다.
내란음모죄는 1980년 이른바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이후 사라졌다가 이번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그 이전의 내란 관련 범죄는 대부분 유신 독재 시절 민주화 인사들을 탄압하기 위해 악용됐습니다.
33년 전 사라졌던 내란음모죄의 부활은 어떤 의미일까요?
체제 전복을 꾀하는 종북 의원, 종북 세력이 실체를 드러냈다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과거 독재시대의 망령이 부활했다는 의미일까요?
어제 MBN 시사마이크에서 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진태 / 새누리당 의원(어제 시사마이크)
- "종북 세력이라는 것이 있냐 없냐는 말까지, 논쟁까지 있었는데요. 종북 세력 당연히 있고요. 그로 인해 대한민국이 미치는 피해가 엄청났습니다. 그런데 그 실체가 그대로 드러날 수 있는 하늘이 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요. 이번 기회에 국정원과 검찰에서 진실을 잘 밝혀 종북 세력을 뿌리 뽑을 수 있는 그런 기회로 활용했으면 합니다."
그러나 어제 종적을 감췄다가 오늘 모습을 드러낸 이석기 의원은 '유신독재의 부활'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석기 / 통합진보당 의원
- "진실의 부싯돌은 부딪힐수록 더욱 커진다. 국기문란 국정원이 진보·민주세력에 유사 이래 있어본 적 없는 엄청난 탄압 책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탄압이 거세면 거셀수록 민주주의 불길은 더욱 커질 것이고 종당에는 국정원이야말로 무덤에 파묻힐 것이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요?
무기 확보, 통신 유류시설 폭파 등을 모의했다는 녹취록이 있다는 국가정보원.
그리고 모든 게 날조라는 이석기 의원.
설마 뚜렷한 입증 증거 없이 국가정보원이 공개수사를 했겠느냐는 추측과 국정원에 있어 이석기 의원은 언제든지 걸면 걸 수 있는 손쉬운 먹잇감이라는 추측이 맞서고 있습니다.
진짜 내란 음모가 있었는지, 아니면 조작인지 그 진실 여부와 함께 국정원의 수사 타이밍을 놓고도 공방이 오가고 있습니다.
어제 시사마이크에 출연했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정청래 / 민주당 의원
- "국정원의 주장대로 3년 동안 내사를 해 왔다면 그 시기는 어제일 수도 있고 내일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28일) 민주당에서 (국정원 국정조사) 대국민 보고서를 발간하는 날에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유감스럽고 당황스럽습니다."
정 의원의 말은 어제 민주당이 국정원 국정조사 대국민보고서를 발표하고 국정원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려 할 때,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 수사를 터뜨렸다는 겁니다.
특히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조차 국정원의 강도 높은 개혁을 강조했던 터라 개혁 대상이 국정원 내 국내파트와 수사국이 지금사건을 터뜨렸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조직 살리기 차원에서 박 대통령에게 무력시위를 했다는 뜻일까요?
그러나 국정원 댓글사건이나 개혁을 저지하려고 국정원이 급조했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김진태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진태 / 새누리당 의원(어제 시사마이크)
- "이런 사건을 하는 데는 몇 달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물타기라고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이런 사건 하려면 최소 2~3년은 내사를 해야 되거든요."
정치권은 극도의 말조심 속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현재 국정원과 검찰이 수사 중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처리를 고려하겠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 "언론에 보도된 대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사실이라면 이는 또 하나의 국기문란 사건으로서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마땅하다. 다만, 국정원 개혁이 국민적 요구로 대두하는 시점에 불거지 사건이고, 이미 국기문란 사건의 당사자로 지탄받고 있는 국정원이 또다른 국기문란 사건의 수사 주체가 돼 있는 만큼 민주당은 진상이 밝혀지는 추이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사건이 어디로 튈지, 또 진실은 어떻게 밝혀질지, 그로 인해 앞으로 정국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단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아니 어렵다기보다 예단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예단의 후폭풍은 상상할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죄가 사실이라면, 또 통합진보당이 조금이라도 연루돼 있다면 통진당의 정당 해산은 물론이고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이른바 진보세력의 목소리는 힘을 얻기 어려울 겁니다.
반대로 국정원이 무리한 수사를 했거나 사실을 날조했다면,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자기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 4년 6개월의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입니다.
2013년은 아무래도 격동의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