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당국자는 9일(현지시간) 연내 한·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기여하지 못하는 상
황이라면 그것이 양자 정상회담이든, 다자 정상회담이든 (두 정상이) 같이 앉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일본이 다음 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해서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싶어하는 것을 알지만,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으로부터 진정성 있고 성의있는 태도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 당국자들과 연쇄 면담을 한 이 당국자의 언급은 다음 달 APEC 정상회담 이전까지 일본이 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진정성 있는 조치를 내놓지 못한다면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당국자는 "지난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군 위안부 문제의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본적 양해가 있었고 이어 네 차례에 걸쳐 국장급 회의가 열렸지만,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정상이 빨리 만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번에 두 정상이 만난다면 그 이후에는 한일관계가 불가역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진 한 장 찍으려고 만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고노 담화 검증보고서를 거론하며 "공식적으로 수정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내용을 바꾼 것 아니냐"며 "포장이 아니라 본질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일본이 한국에 골대를 옮긴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일본이 골대를 옮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아사히(朝日)신문이 '요시다 증언' 관련 오보를 인정한 것을 계기로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려는 일본 우익세력이 고노 담화를 다시 쓰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이것은 개선이 아니라 후퇴"라고 지적했다.
이 당국자는 향후 한일관계 전망에 대해 "아베 정권이 있는 한 한일 관계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집단자위권 추진을 위한 평화헌법 개정의 경우도 선출된 정권이 정치적 동력을 얻어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바꾸기 힘들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우리 정부의 입장을 미국 당국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히고 "한·일 양국보다도 더 딜레마에 빠진 게 미국"이라며 "동맹관계인 두 나라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설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으로서는 역사문제와 안보협력을 분리하면 좋겠으나 역사문제로 인해 안보가 저해되는 현실"이라며 "다만 미국은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 수정주의에 대한 시각이 우리만큼 절실하지 않아 인식을 완전히 공유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결과와 관련해서는 "미국은 원칙적으로 남북관계를 지지한다는 입장이지만 항상 비핵화 프로세스에 지장이
이 당국자는 "우리도 남북관계 상황에 대해서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5·24 조치 해제와 같은 것은 시기상조이고 행동을 지켜보면서 따라가야 한다"고 신중론을 보였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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