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전격적으로 인사쇄신안을 내놨습니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내정했습니다.
국정기획수석은 정책조정수석으로 이름을 바꿔 현정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맡았고, 미래전략수석에는 조신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민정수석에는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영전했습니다.
측근인 안봉근 2부속실장이 있는 제2부속비서관은 폐지하고, 안 비서관은 홍보 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비서관 3인방 가운데 맏형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인사위원회에서 제외시켰습니다.
특보단도 꾸렸습니다.
민정특보에는 이명재 전 검찰총장, 안보특보에는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홍보특보 신성호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사회문화특보, 김성우 SBS 기획본부장이 내정됐습니다.
이완구 총리 내정자에 대한 윤두현 홍보수석의 인사평입니다.
▶ 인터뷰 : 윤두현 / 청와대 홍보수석
- "이 내정자는 여당 원내대표로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야당과 원만히 협조하고 국정 정상운영에 기여했으며 공직기강 확립과 소통의 적임자로 판단됩니다."
이완구 총리 내정자에 대해서는 기대가 큽니다.
어제 저녁 총리 내정 사실을 연락받고 밤새 고민했던 이 내정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새 총리 내정자
- "야당과 소통하고 대통령께 직언하는 총리가 필요하다. 대통령께 직언하지 못하는 총리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 많은 생각 끝에 박근혜 대통령을 잘 보필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 자리가 저의 마지막 공직의 자리라는 각오와 함께 수락을 했다."
이완구 내정자는 충남 청양 출신으로 비영남권 인사입니다.
충남지방경찰청장을 지냈고, 15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진출해 충남지사까지 지냈습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 지사직을 던지며 소신을 지키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총리 내정자(전 충남지사. 2009년)
- "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 추진에 도지사직을 걸겠다고 약속을 해왔습니다. 그것은 특별법에 나와있는 지자체장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다짐이 있었고 대통령님이 여러 차례 원안추진 의사를 밝힌 데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원안추진은 난망해졌고 저는 제 능력을 탓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법집행에 협조해 달라고 오늘은 정반대의 논리로 다른 말씀을 드릴 자신없습니다.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저를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마 이때부터였을지 모릅니다.
이완구 총리 내정자가 박근혜 대통령과 한 배를 같이 타게 된 운명 말입니다.
당시 세종시 이전 원안을 고수하던 박근혜 전 대표로서는 이완구 지사의 완고한 태도가 큰 힘이 됐을 법합니다.
이후 이완구 내정자는 혈액암을 이겨내고 정계에 진출했고 여당 원내대표까지 지냈습니다.
현직 대통령과 뜻이 다르다 해서 지사직을 내놓는 그의 강단은 총리가 된 이후 어떻게 나타날까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그러했듯이,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직언하고 뜻이 맞지 않으면 자리를 내던질 만큼 강단을 보여줄까요?
일단 여야의 기대는 긍정적입니다.
그렇다고 오늘 인사쇄신 안이 전체적으로 다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닙니다.
인사쇄신 대상으로 여러 번 거론됐던 김기춘 비서실장이 여전히 유임됐고, 비서관 3인방 가운데 두 사람이 역할과 자리이동이 있었을 뿐 여전히 박 대통령 주변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기춘 실장의 유임과 최근 김 실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이 혹 연관이 있을까요?
김 실장이 사의를 여러 번 표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혹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걸까요?
비서관 3인방이 자리를 옮기고 공식 역할이 축소됐지만 그렇다고 힘이 빠지는 건 아닐 겁니다.
비서관 3인방의 힘은 바로 그들이 대통령의 측근들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의 신뢰가 여전한 만큼 그들이 어느 자리에 있든 그들에게는 늘 '실세'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겁니다.
항명 파동을 일으킨 김영한 전 민정수석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언론에 알려진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수직 영전해 민정수석이 된 것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어쩌면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김기춘 실장과 우병우 비서관 사이에서 제역할을 못 찾아 항명파동을 일으켰다는 설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나온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보다 5%포인트 하락한 30%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1명. 표본오차 95% ±3.1%포인트)
부정 평가는 전주 대비 5%포인트 상승해 60%를 기록했고,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의 격차는 30%포인트 차로 벌어졌습다.
20~40대 응답자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답변은 전체의 20% 내외에 그쳤고, 50대에서도 긍정 평가는 38%에 그쳤습니다.
60대 이상에서는 처음으로 긍정평가가 50% 초반까지 하락했습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하락했지만, 박 대통령 지지율보다 높은 41%를 기록했습니다.
당청간 지지율 역전은 더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이제는 청와대가 아닌 당이 정국 주도권을 쥔 모양새입니다.
여기에 이완구 원내대표가 총리까지 갔으니 어쩌면 실세 총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인사쇄신안이 바닥까지 떨어진 박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불통이미지와 당청 갈등, 문건 파문, 연
어쩌면 오늘 인사쇄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부정적 의견이 더 크다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후 가장 힘든 시련이 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