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흔히 말의 향연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쏟아내는 말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는 게 일인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속기사들인데요.
'현대판 사관'이라고 불리는 속기사들의 세계를 오지예 기자가 소개합니다.
【 기자 】
(현장음) "홍문관은 적어라"
472년 동안 25대 왕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한 자 한 자 빠짐없이 담은 조선왕조실록처럼, 대한민국 국회의 모든 말은 기록됩니다.
담당자 직함만 사관 대신 9급 공무원 신분의 속기사로 바꿨습니다.
국회 소속 속기사 76명은 각 상임위와 본회의 등에 조를 나눠 배석합니다.
국회의원 가장 가까이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다보니 난감할 때도 있습니다.
미디어법이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통과 때는 말보다는 몸싸움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백순정 / 국회 속기사
- "집어던지고 아니면 의원들끼리 몸싸움을 하고…그런 경우에는 어떤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게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사투리나 억양이 센 경우도 어렵습니다.
(현장음 : 자꾸 법 통과되는 건 환영하는 거지 정책위는 법 많이 통과시키려하는건데)
▶ 인터뷰 : 백순정 / 국회 속기사
- "사투리가 나오면 실제로 지역 출신한테 가서 물어보고 그런 경우도 많습니다. "
이보다 더 힘든 건 말하는 속도.
그렇다면 속기사들이 선호하는 의원은 누구일까.
▶ 인터뷰 : 장윤석 / 새누리당 의원 (지난해 10월)
- "잘 보신 건 좋은데 증인 명단을 표지에다가, 표지에다가 또 한 면 이렇게…."
경북 영주 출신이지만 또박또박 말하는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이 차지했습니다.
MBN뉴스 오지예입니다.
영상취재 : 강두민 기자
영상편집 : 김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