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계 말만 듣고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를 개악 처리한 경기도의회의 후폭풍이 다른 지방자치단체로도 확산되고 있다. 전북도의회에 이어 세종시의회까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 내용이 담긴 조례 심사를 연기하고 나선 것이다. 소비자단체들은 지방의회가 업계 이익을 위해 시민들의 피해를 방조하고 있다며 의원소환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6일 국토교통부와 세종시의회에 따르면 당초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던 '세종시 주택 중개수수료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 3일 전국 지자체 최초로 상임위에서 관련 조례가 통과시켰지만 정작 본회의에서는 논의 안건에도 포함되지 못한 것이다.
이에 앞서 5일 전북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회도 이날 진행하기로 했던'전라북도 주택의 중개수수료 조례 개정 조례안'심사를 연기했다.
두 지역 모두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중개수수료 인하 권고안에 맞춰 6억~9억원 미만 주택 매매시 수수료율을 기존 0.9%에서 0.5% 이하로, 3억~6억원 미만 주택 임대차 거래시에는 0.8%에서 0.4% 이하로 낮추는 조례 개정안을 마련해 의회로 넘겼지만, 지방의회 의원들의 몸사리기 탓에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전북도의회 관계자는 "다른 시·도에서 조례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의원들 사이에서도 찬반에 대한 입장이 엇갈려 어느정도 조율이 필요한 만큼 좀더 시간을 두고 검토하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두 지역 지방의회는 3월에 열리는 다음 회기때 중개수수료 인하 조례를 심의한다는 방침이다.
의원들이 잇따라 조례 통과를 주저하고 나선 것에는 공인중개사 협회의 조직적인 로비와 최근 이뤄진 경기도의회의 조례 개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5일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는 기존 조례 개정안을 중개사협회 주장대로 '고정요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바꿔 통과시켰다. 경기도의회가 예상밖으로 중개업계 요구를 받아들이자 다른 지역에서도 '원안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단체들은 지방의회가 가뜩이나 심각한 전세난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의 피해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신종원 서울YMCA 본부장은 "전세금 상승이 계속되는 만큼 임차인들의 수수료 부담이 더욱 늘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방의회가 조례 처리를 미루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주민들의 피해를 유발했다는 점에서 의원소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소비자단체들은 시위를 포함해 다양한 전략으로 지방의회가
한편 서울시도 이 같은 다른 지자체의 결정이 25일 열리는 시의회에도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의원들이 경기도의회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도 있어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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