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공화국 당시 비밀외교과정이 담긴 26만쪽의 문서가 30년 만에 공개됐습니다.
1984년 히로히토 일왕이 처음으로 과거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을 하게 된 과정도 밝혀졌습니다.
김시영 기자입니다.
【 기자 】
1984년 1월, 전두환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추진한 '무궁화 계획'입니다.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우리나라 정상의 첫 일본 국빈방문이었습니다.
핵심 의제는 과거 식민지배의 상징적인 책임이 있는 히로히토 일왕이 과거사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하느냐였습니다.
정부는 국민 정서를 감안할 때 일왕이 공식적인 형태로 과거사 반성 발언을 해야 한다고 일본 측에 전달했습니다.
당시 일본은 일왕의 발언 내용이 외교교섭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우리 정부는 일왕의 과거사 언급을 이끌어 냈습니다.
▶ 인터뷰 : 히로히토 / 일왕
- "금세기의 한 시기에 양국 간 사이에 불행한 과거가 있었던 것은 정말 유감이고…."
30년 만에 공개된 이번 외교문서는 모두 26만쪽으로 북한의 동향은 물론이고, 국내 정치 상황도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정부는 1984년 주일본대사관을 통해 북한 김일성 주석의 '퇴임설' 첩보를 입수한 뒤 '사망 후 권력승계' 시나리오까지 마련했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또 당시 내란음모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으로 건너가자 주미대사관 주도로 밀착 감시활동을 벌였습니다.
특히 미국에서의 김 전 대통령 발언이 헌정질서를 파괴한다면서 귀국 즉시 재수감하는 계획도 고려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MBN뉴스 김시영입니다.
영상편집 : 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