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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4.19 기념식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완구 총리의 얼굴 표정은 무거웠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총리가 기념사를 읽어 내려가는 도중 비가 내렸고, 생방송 중이라 아무도 이 총리에게 우산을 씌워줄 수 없었습니다.
비를 맞고 원고를 읽어내려간 이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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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특히 4.19는 이승만 정권의 선거 부정과 부패에 분노해 일어난 혁명입니다.
그런데 어제 이완구 총리의 기념사에는 부정부패라는 말이 빠졌습니다.
지난달 12일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할 때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국무총리(지난달 12일)
-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한 배임, 부실투자 등은 어려운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부정부패 척결이야말로 내각을 통괄하는 국무총리로서 최우선 책무이며…"
▶ 인터뷰 : 이완구 / 국무총리(어제 4.19 기념사)
- "이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한층 더 성숙시켜 국가의 품격을 드높이고 세계 속에 당당한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를 말했고, 국가의 품격을 얘기했지만, 사실상 식물총리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이 총리로서는 참으로 겸연쩍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날 기념사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여당 지도부가 참석했지만, 얼마 전까지 한 동료였던 이완구 총리와 말을 나눈 이는 없었습니다.
빗속의 총리는 비를 맞으면 많은 것들을 생각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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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인사들은 아예 불참했습니다.
문재인 대표와 야당 지도부는 기념식에 앞서 별도로 참배한 뒤 기념식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이완구 총리의 기념식 참석은 4.19 민주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총리를 총리로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이완구 총리가 과거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는 이가 많습니다.
친일 사관 논란을 빚었던 문창극 후보자는 박 대통령 해외 순방 중 버티기로 일관하다, 박 대통령 귀국 3일 뒤 자진 사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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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와 당시 문창극 후보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국무총리 (지난17일)
-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빈틈없이 총리가 통할하는 책무를 느끼고 대통령이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습니다."
▶ 인터뷰 : 문창극 / 총리 후보자 (지난해 6월18일)
- "대통령님이 돌아오실 때까지는 저도 여기서 차분히 앉아서 제 일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완구 총리가 대통령 순방 중 자진사퇴할 것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성완종 파문이 빚어진 뒤 이 총리가 박 대통령과 몇번이나 통화하고, 만난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세간에는 총리의 보고 내용을 이병기 비서실장이 대신 전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사실상 총리직 수행이 불가능한 만큼 지금이라도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통령이 돌아올 때까지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고 하지만, 야당은 그조차도 기다릴 수 없는 모양입니다.
김 대표와 문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국무총리는 안 받았다고 그러고 또 고인은 줬다고 그러고 저희도 중간에 환장하겠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 "총리가 또 자리를 비우면 이것 또한 국민이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때까지만 조금 일주일이니까 좀 참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현직 총리 신분으로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 조사를 받는다면 나라 체통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주말을 넘기도록 그런 결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해임 건의안 제출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입니다."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23일 내놓으면, 새누리당은 바로 의원총회를 통해 의견을 모을 예정입니다.
이완구 총리 인사청문안때도 7표의 반란표가 나온 만큼 14표가 더 나올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총리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여권으로서는 이 총리의 자진사퇴보다 더한 충격과 국정 주도권 상실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차라리 이 총리가 이쯤에서 자진사퇴하는게 여권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총리의 운명은 어찌 될까요?
이런 상황에서도 이 총리의 발언과 다른 증언과 사건이 연일 언론에 보도 되고 있습니다.
검찰 분석결과 이 총리와 성완종 전 회장은 2013년 3월부터 1년간 무려 200여 차례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회찬 전 의원은 이 정도면 부부관계라고 할 정도입니다.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는 이 총리의 말은 사실상 거짓이 돼버렸습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국무총리 (지난 14일)
- "저는 성 회장과 특별한 개인적 관계는 없습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국무총리 (지난 15일)
- "성완종 회장과는 같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만났던 그런…원내대표가 소속 같은 정당 의원으로서 만나는 것은 그건 자연스러운 것이죠. 다만 얘기 주제는 본인의 선거법과 그리고 지방선거의 공천문제… "
또 있습니다.
이 총리를 보좌하고 있는 김 모 비서관이 문제가 된 2013년 4월4일 성완종 전 회장과 이 총리가 독대한 현장에 있었다는 언론보도입니다.
독대 후 이 총리가 김 비서관을 따로 방으로 불렀다는 건대, 그렇다면 김 비서관은 이날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을까요?
정말 이완구 총리와 성완종 전 회장이 이날 오후 4시30분 선거사무소에서 만났는지, 그리고 이날 돈 3천만 원이 건네졌는지 하는 것을 말입니다.
게다가 김 비서관은 지난 15일 이완구 총리의 전 운전기사 윤 모씨와 전화를 하고 일종의 회유를 했던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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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전화통화 내용입니다.
▶ 인터뷰 : 김 비서관
- "형님, 그날. 도청 갔다오다 우리가 청양 사무실 들렸죠?"
▶ 인터뷰 : 윤 모씨(이완구 전 총리 운전사)
- ""가만있어봐, 기억이 안 나. 가만있어봐…. 청양 안 들린 걸로 기억나. 내 생각으로는. 안 들린 걸로 기억이 나기는 하는데."
▶ 인터뷰 : 김 비서관
- "그래서 어디로 갔어?"
▶ 인터뷰 : 윤 모씨(이완구 전 총리 운전사)
- "바로 왔지 둘이. 거기에서."
▶ 인터뷰 : 김 비서관
- "기억 좀 해봤어요?"
▶ 인터뷰 : 윤 모씨(이완구 전 총리 운전사)
- "그대로야, 내 생각으로는. 그 도청 거기서 행사 끝나고 바로 부여로 온 거 같아."
홍성 개청식 행사 뒤 청양에 들렸다가 부여 선거사무소로 갔다면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의 만남은 기본 토대가 무너지게 됩니다.
반면 곧장 부여로 왔다면 두 사람의 독대 가설은 설득력을 얻게 됩니다.
김 비서관은 분명 모든 것을 알고 있을텐데, 김 비서관이 알고 있는 진실은 뭘까요?
김 비서관쪽은 최근 윤 씨 측에서 1억 원을 요구하는 등 뭔가 협박을 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습니다.
김 비서관의 말이 거짓이라면, 이 총리로서는
사실이라면, 이 총리는 구사일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진실은 곧 밝혀질 겁니다.
진실을 가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후의 일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