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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가 어젯밤 늦게 사의표명을 했습니다.
짧은 63일로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쓰고 물러나게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귀국 전까지 총리 사퇴는 하지 않겠다던 이 총리가 심경의 변화를 일이킨 이유는 뭘까요?
이완구 총리 인사청문회부터 사의 표명까지 이 총리의 발언을 모았습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 "국민 여러분과 언론 여러분에게 정말로 잘못했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리겠습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국무총리 (2월17일 취임식)
- "국민의 뜻을 받들며 국민과 함께 일해 나가는 국무총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
▶ 인터뷰 : 이완구 / 국무총리 (3월13일)
- "저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습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국무총리 (4월14일 대정부질문)
- "후원금 한 푼 안 받았습니다. 제가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습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국무총리 (4월19일)
- "대통령이 안 계시기 때문에 국정이 흔들림 없이 가야 합니다. 국정 챙기겠습니다."
이완구 총리의 어제 하루는 매우 긴박하게 움직였습니다.
오전 9시 정상출근을 하고,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할 때만 해도 이 총리의 사퇴 결심은 미완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상황이 급반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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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비공개로 열렸고, 여기에서 박 대통령 귀국 전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이는 총리실과 청와돼로 전달됐습니다.
김재원 정무 특보가 메신저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야당이 총리 해임촉구안이라는 꽃놀이패를 쥐고 4.29 재보궐 선거 판을 흔드는 상황에서
이 총리로서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을 겁니다.
자신의 마지막 후원군인 새누리당 지도부마저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김무성 대표 역시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의견을 전달받은 이 총리는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그리고 평소보다 이른 오후 5시30분쯤 퇴근했습니다.
퇴근 길 기자들 질문에 대한 이 총리의 답변은 지극히 짧았고, 불쾌감도 엿보였습니다.
평소 길게 설명하던 이 총리 스타일과는 달랐습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국무총리 (4월20일)
- "다 말씀드렸어요. 고생들 해요. (관련보도를 부인하시는 건가요?) 하아. 참. 아니….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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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공관으로 돌아온 이 총리는 최종 결심을 굳혔습니다.
부인 이백연 여사가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말자고 했기 때문입니다.
부인은 국민 여론을 잘 알고 있었고, 민심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인사청문회 당시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를 든든하게 지원했던 충청 민심도 이제는 돌아섰다는 것도 전달됐을 겁니다.
이 총리로서는 버틸 곳이 모두 사라져버린 셈입니다.
결국 새누리당 지도부의 사퇴 촉구, 그리고 부인 이백연 여사의 마지막 고언은 이 총리의 사퇴를 굳히게 만들었습니다.
이 총리는 두 시간 뒤인 오후 8시 페루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전화를 통해 사의 표명을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만류보다는 유감 표명을 하며 사실상 사의를 수용했습니다.
▶ 인터뷰 : 민경욱 / 청와대 대변인 (4월 20일)
-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이완구 총리의 사퇴 표명과 관련한 보고를 받으시고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며…"
왜 이렇게 사태는 악화됐을까요?
오늘 한 신문은 이 총리에 대해 3불 총리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말바꾸기와 거짓 해명으로 '불신'을 받았고, 국정을 총괄할 권위를 상실한 '불능' 상태이고, 보고체계가 무너진 '불가' 상황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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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전 회장의 메모지가 발견됐을 때 차라리 모든 것을 털어놓고 총리직에서 물러났으면 어땠을까요?
그러기에는 너무 자리가 아까웠을까요?
총리 자리에 집착한 나머지 이후 계속되는 해명과 의혹은 자꾸 거짓말 논란으로 번져갔습니다.
2013년 4월4일 성 전 회장과 독대한 적이 없다는 이 총리 측 주장을 반박하는 증언들이 나왔습니다.
아니라고 부정하면 할수록,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증거들이 쏟아졌습니다.
성 전 회장의 차량에 있는 내비게이션과 하이패스 기록은 성 회장이 오후 4시 부여 톨게이트를 지났음을 확인했습니다.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는 이완구 총리와 210여 차례 전화통화가 있었음을 증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총리 측근인 김 비서관이 전 운전기사 윤 모씨에게 무리한 전화통화를 하는 등 끝까지 만남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습니다.
총리직을 내려놓은 이 총리는 이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성 전회장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것 외에 증거인멸을 시도했는지도 조사받아야
참으로 인생은 알수가 없습니다.
한때는 가까웠던 동료의원이자, 고향 사람이 국정 2인자를 벼랑 끝으로 끌어내리는 사람이 될 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하지만, 성 전 회장은 끝내 이 총리를 낙마시키고 말았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