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간 것일까요?
오늘 새정치민주연합 부산당원 241명은 문재인 대표의 제명을 요구하는 징계청원서를 중앙당에 제출했습니다.
"4.29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 문재인 대표의 제명을 요구한다"
부산은 문재인 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곳입니다.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조경태 의원과 가까운 당원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당 대표가 지역구 의원인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이들의 행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반면에 친노계 당원 181명은 조경태 의원의 제명안을 제출했습니다.
전남지역 평당원 60명도 주승용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최고위원 복귀 거부하고, 친노 패권주의란 실체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당내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정청래, 문재인 대표의 징계를 요구하는 비노계 당원들.
조경태, 주승용 최고위원의 징계를 요구하는 친노계 당원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인 양측의 싸움을 보면서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야권 지지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쯤되면 서로 갈라서야 하지 않을까요?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을 믿고, 그저 이 또한 더 굳건해지기 위한 산통이라 자위해야 할까요?
이미 그런 수준은 벗어난 듯 보입니다.
정말 죽기살기로 싸우는 원수지간인 듯합니다.
징계는 당 윤리심판원이 결정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양측에서 사활을 걸고 싸우는 상황에서 당 윤리심판원이 쉽게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오늘 정청래 최고위원의 징계 결정은 연기됐습니다.
정청래 의원의 말과 강창일 윤리심판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정청래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 "성심성의껏 소명했습니다. 모든 것이 비공개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말 못한다."
▶ 인터뷰 : 강창일 / 윤리심판원장
- "우리는 정치적 배려나 판단을 하는 게 아니라 당헌당규, 윤리규정과 규범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에 참고사항일 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정청래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결정되면 그 또한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될겁니다.
징계가 약하면 약한대로, 강하면 강한대로 반발이 나올 것은 불보듯 뻔합니다.
비노 진영은 마치 정청래 의원에 대한 징계수위가 문 대표의 혁신 의지와 연계된 것으로 몰아갈 수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결론나든 시끄러움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한길 전 대표는 기름을 부었습니다.
김 의원은 당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문재인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문 대표가) 패권 청산 의지를 천명하고 같이 얘기하자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청산 의지를 밝히는 게 아니라 (문 대표는 미발표 성명문에서) 패권정치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 당에 해법이 없다"
김 의원은 문 대표를 향해 정치를 모르는게 자랑은 아니라고까지 했습니다.
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 후임 당 대표에게 이토록 모욕적으로 들리는 말을 한 전례가 있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도움을 요청하는 문 대표의 손길을 뿌리쳤습니다.
당 혁신기구위원장 제안을 거절한 겁니다.
안철수 의원의 말입니다.
"어제 (문재인 대표에게)혁신위원장을 제안 받고 제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씀드렸다....아울러 혁신위원장은 당 밖의 인사가 맡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라고 말씀드렸다"
안철수 의원이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뭘까요?
이런 거친 싸움판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일까요?
혁신을 잘하면 공은 문 대표에게 가고, 못하면 자신이 욕을 먹는 구조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어찌됐든 혁신을 하지 못해 선거 패배의 책임으로 물러난 안 의원이 다시 혁신을 키를 잡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릅니다.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안 의원의 처신도 딱히 지지받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안 의원이 말한 당밖 인사는 조국 서울대 교수일까요?
조국 교수는 SNS에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방안에 대해 글을 남겼습니다.
계파 불문하고 도덕적 법적 하자가 있는 자의 공천을 배제하고, 4선 이상 의원의 다수 용퇴 또는 적지 출마, 지역 불문 현역 의원 교체율 40% 이상 실행, 전략공천 2~30% 남겨둔 상태에서 완전국민경선 실시입니다.
조국 교수가 혁신기구위원장을 맡아 이 방안을 실행에 옮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지금의 새정치 현역 의원들의 대폭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고, 이는 지금보다 더 큰 내홍을 낳을 것입니다.
이들은 어쩌면 그런 이유로 조국 교수가 혁신위원장을 맡는 것을 원치 않아 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문 대
이쯤되면 서로 갈라져 따로 따로 사는 건 어떨까요?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