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조선인 징용자들의 한이 서린 일본의 근대 시설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사상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한일 간의 막판 합의가 이뤄진 건데요.
이기종 기자입니다.
【 기자 】
조선인 징용자들이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고 해 지옥도로 불린 하시마 탄광.
세계유산에 등재된 일본 메이지 시대 산업시설 23곳 가운데 하시마 탄광 등 7곳에서 조선인 5만 8천 명이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한일 양국은 강제노역을 명기하는 문제를 두고 등재 심사를 하루 연기하는 공방 끝에 극적인 합의를 이뤘습니다.
일본 정부 대표단이 강제노역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고, 세계유산위원회가 이를 주목한다는 주석을 등재 결정문에 달아놓는 방식입니다.
▶ 사토 구니 / 주 유네스코 일본 대사
-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로 노역했으며…."
우회적이긴 하지만 일본 정부가 조선인 징용자의 강제노역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본은 징용 시설에 희생자를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는 등의 후속조치도 약속했습니다.
▶ 인터뷰 : 윤병세 / 외교장관
- "역사적 사실이 있는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원칙과 입장을 관철시켰으며…."
세계유산 위원국들은 한일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등재 결정을 내년으로 미룰 수 있다며 일본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한일 양국이 표결이라는 정면충돌을 피해 문제를 해결한 만큼 선순환적 관계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MBN뉴스 이기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