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이틀이 지났지만, 그 관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유승민 의원이 남긴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고, 유 의원은 보수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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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구 시장 선거에서 40%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김부겸 전 의원은 유승민 의원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대구가 낳은 참된 정치인이다."
"왜 대구가 낳은 대통령이 대구가 키울 재목을 이토록 차갑게 대하는지 정말 안타깝다."
"그동안 합리적 보수, 정의로운 보수가 잘 없었다. 이제 대구의 유승민이 아니라 한국의 유승민이 될 수 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으로 동면상태에 빠져 있던 대구 정치의 부활을 함께 꿈꾸겠다. 진보와 보수가 더불어 ‘민주공화국’의 숲을 가꾸겠다."
야당 소속의 김부겸 전 의원의 이런 극찬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마치 유승민 의원과 같은 배를 타고 있는 동지적 관계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습니다.
유승민 의원을 추켜세우는 것은 야당 의원들 뿐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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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의원은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유승민 의원은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9.2%로 18.8%를 기록한 김무성 대표를 앞섰습니다.
5월과 6월 지지율이 각각 3.4%, 5.4%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무려 13.8%포인트나 뛰었습니다.
(7월 8일과 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고,응답률은 6.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유승민 의원이 스스로 표현했던 '미련한 고집'이 그를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의 아이콘으로 만든 것입니다.
지난 8일 사퇴할 당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유승민 /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7월 8일)
- "제가 꿈꾸는 보수, 제가 꿈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향한 합의의 정치 하겠다고 했던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더는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습니다."
유승민 의원은 원내대표실을 정리했습니다.
챙긴 것은 담배 한값 뿐.
그리고 국회 의사당에 있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지정 주차석도 비웠습니다.
하지만, 그는 더 많은 것을 챙겼는지도 모릅니다.
여당 원내대표에서 이제는 여권 대선 주자로 우뚝 올라선 겁니다.
이에 대한 그의 반응입니다.
▶ 인터뷰 : 유승민 /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오늘)
- "(의원으로서 첫 공식 일정이신 거 같은데요?) 공식 일정이 아니라 비공개 회의에요. (오늘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여권 대선주자 1위에 오르셨는데요. 처음 있는 일인 것 같은데 느낌이 어떠세요?) 드릴 말씀 없습니다. 들어갑시다."
말을 아꼈지만, 유승민 의원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습니다.
홀가분한 것일까요?
애초 많은 사람들은 유승민 의원의 내일을 걱정했습니다.
대통령에게 각을 세운 만큼 다음 공천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 당을 탈당할 수 있다는 전망, 무소속으로 나와도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을 사실상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하락했습니다.
한국 갤럽 여론조사에서 7월 둘째주 긍정적 응답은 32%로 전주 34%보다 떨어졌습니다.
박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 함수관계가 반비례라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TK의 현재는 박근혜 대통령이지만, TK의 미래는 유승민 이라는 말이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이쯤되면 두 사람은 이제 상생이 아닌 반의 관계로 접어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유승민 의원이 부각되는 것에 긴장할 사람은 또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그러할까요?
한 신문은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곧 유 전 원내대표를 향한 집중 견제가 이어질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의 지지도 상승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낙마시키려는 데 앞장 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견제가 본격화 할 것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김 대표와 아주 가까운 한 측근은 김 대표를 잘 모르고 한 소리라고 합니다.
지금 새누리당은 유 의원의 지지율이 높아진 것에 대해 새누리당 외연을 확대했고, 대선 주자들의 폭을 넓혔다며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또 김 대표는 이런 외연 확대를 반기지, 유 의원을 견제할 만큼 속 좁은 사람이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김무성 대표 외에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았던 새누리당에 새로운 대선 후보가 보인 셈이니 이를 좋아해야 할까요? 긴장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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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의원의 부각에 노심초사하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바로 유승민 의원의 모친 강옥성 여사입니다.
강 여사는 유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다음 날 대구에 있는 청수사 법회에 참석했습니다.
자택 마당에서 직접 키운 쑥으로 손수 만든 떡과 물김치를 법당에 올리고 이를 신도들에게 나눠주면서 "심려를 끼쳐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물김치는 그저께 밤에 박근혜 대통령이 만드셨고, 쑥떡은 어제 밤 승민이가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청수사의 효민 스님에게 물었더니, 아들 걱정으로 밤잠을 못주시면서 김치와 쑥떡을 만들었을 그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 했습니다.
박 대통령을 원망하는 의미가 아니라 했습니다.
강 여사는 이 절을 40여년 넘게 다녔다고 합니다.
걱정과 분노조차 불심으로 승화시킨 강 여사가 박 대통령에게 분노할 리 없다는 겁니다.
공교롭게도 강 여사의 남편, 그러니까 유 의원의 아버지 유수호 판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밋보여 법복을 벗은 전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국회의원이 됐고, 유승민 의원은 그 아버지 밑에서 법과 원칙, 정의를 배웠다고 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유수호 판사와 유승민 의원.
강 여사 입장에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일들이 스쳐지나 갈 것입니다.
지금의 이 시련이 유
아니면 그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소멸해 버릴까요?
어쨌든 유승민 의원은 이번 일로 보수 층에게,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