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서부전선 포격도발 감행으로부터 남북 대표단이 판문점에서 마라톤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나흘 동안 한반도 정세는 급강하와 상승을 반복했다.
시작은 20일 오후 최전방 서부전선인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남북한간에 벌어진 경고성 포격전이었다.
북측이 우리측에 포격 도발을 자행했고, 이에 우리 군은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발령한 채 대응 작전에 돌입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군인들의 ‘완전무장’을 명령했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 심리전용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 나서겠다는 최후통첩을 던지고, 우리 군이 추가도발시 단호한 응징에 나서겠다고 맞받으면서 휴전선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돌파구는 북한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의 대화 제의에서 나왔다.
김 당 비서는 21일 오후 4시께 본인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21일 혹은 22일 판문점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1대 1 접촉을 갖자고 제의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통일전선부장을 겸하는 김 당 비서의 남측 카운터파트너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반면 북측은 김 당 비서가 남측 통일부 장관보다 위상이 높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우리 측은 2시간만인 오후 6시께 김 당 비서가 아닌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의 접촉을 제의하는 김 안보실장 명의의 수정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했다.
한동안 답이 없던 북측은 22일 오전 9시 35분께 황 총정치국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북측 대표로 황 총정치국장과 김 당 비서가 나올 테니 남측에선 김 안보실장과 홍 장관이 나왔으면 한다는 수정 제의를 했고, 남측이 동의하면서 2007년 남북 국방장관 회담 이후 8년만에 처음 남북간에 장관급 이상 회담이 열리게 됐다.
북측의 첫 접촉 제의에서 최종 확정시까지는 20시간 45분이 소요됐다.
접촉 시간은 22일 오후 6시로 정해졌다. 여기에는 북한이 우리 군에 대해 대북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시한(22일 오후 5시)을 크게 넘기지 않으려는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정보다 30분 늦은 오후 6시 30분께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접촉에서 양측은 강한 협상의지를 확인했지만, 해법 도출을 위한 각론에서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10시간 가까이 ‘밤샘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결국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남북 대표단은 정회를 거쳐 23일 오후 3시 30분께 접촉을 재개했고, 24일 오전 7시 현재까지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로선 양측 입장차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북측은 서부전선 지뢰도발은 물론 포격도발 역시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우리측은 솔직한 인정과 사과, 책임있는 후속조치를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양측은 협상 과정에서 수차례 정회와 재개를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북한측 수석대표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최고지도부의 훈령을 기다렸다가 회의에 임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회의 중간에는 양측 수석대표들만 참석한 별도 회의도 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극적인 타협을 점치
판문점에서 고위당국자 접촉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북한 잠수함 수십척이 동·서해 기지를 나와 우리 군의 탐지망을 벗어나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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