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추가 공개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이메일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물론 다른 나라 정상에 대한 적나라한 평가까지 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에는 클린턴 전 장관과 측근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속물’이라고 평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직 당시 백악관 특보를 지낸 시드니 블루멘털은 2010년 캐머런 총리 취임 당시 클린턴 전 장관에게 보내는 이메일에 “닉 클레그 부총리는 오만함을 타고났지만 캐머런 총리보다는 덜 속물”이라고 썼다.
존 베이너 미국 하원 의장에 대해서는 “수상쩍은 사람으로 알콜 중독이고 게으르며, 원칙도 없는 사람”이라며 “근심과 걱정에 찌들었고 뻔하고 텅빈 인물”이라고 악평한 것으로 드러났다.
클린턴 전 장관의 측근들이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패한 이후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정제되지 않은 분노를 표현한 내용들도 이메일에 녹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장관의 개인 이메일에 담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보고서는 카터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으나 백악관의 늑장 대응으로 만남이 불발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2010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아이잘로 곰즈를 석방하기 위해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을 타진할 때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과의 만남도 제안했으나 백악관이 한달 가까이 승인을 지연시켜 결국 회동이 무산됐다고 적었다. 카터 전 대통령이 뒤늦게 북한을 찾았을 때는 김정일 위원장이 방중에 나선 시점이었다.
이메일에서는 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부인 셰리 블레어가 클린턴 전 장관에게 카타르 왕세자를 위해 로비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메일에는 정치적인 문제나 정책 현안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충전 방법을 묻는다거나 측근들에게 짜증을 내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가 지난 달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추가 공개한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은 2009∼2010년에 사용된 4368건, 7121쪽이다. 미국 법원은 클린턴 전 장관이 국무장관 재직 시절 관용 이메일 대신 개인 이메일을 사용함으로써 기밀을 부적절하게 다뤘다는 의혹이 제
공개된 이메일에는 의혹과 달리 재임 당시 기밀로 분류된 사안은 없는 것으로 파악돼 클린턴 전 장관이 이메일 게이트와 관련해 사법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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