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판문점에서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 접촉을 갖습니다.
언제 얼마나 만날지와 정례화 문제도 논의되는데 이산가족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안타까운 이산가족들의 사연을 이기종 기자가 전합니다.
【 기자 】
6·25전쟁 때 딸과 헤어진 박봉태 할아버지.
8달 된 갓난아기였던 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 인터뷰 : 박봉태 / 이산가족 (92세)
- "그날따라 바라만 보고 웃지도 않고, '아가야'하니까 울어…."
지난 19차례의 이산가족 상봉 때마다 꿈에 부풀었지만, 번번이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3년 전 딸에게 보낼 영상편지를 찍을 때만 해도 건강에 자신이 있었지만, 이제는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 인터뷰 : 박봉태 / 이산가족 (92세)
- "몸은 점점 약해가고, 숨차고…, 죽기 전에 만나면 얼마나 좋겠어요."
백준실 할머니도 북녘에 두고 온 4살 딸 생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딸 역시 자신과 같은 할머니가 돼 있겠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 인터뷰 : 백준실 / 이산가족 (93세)
- "미안한 것뿐이지 뭐 나는 항상 미안하고 할 얘기가 없지…, 나만 버리고 갔다는 생각할 거 아니야, 그거지 뭐…."
그러나 이들의 소원이 이뤄질 가능성은 이번에도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남북 실무접촉에서 상봉규모가 정해지면 적십자사는 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전례를 고려하면 전체 신청자 6만 6천여 명 가운데 100명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령자는 추첨확률을 높이는 가중치를 적용하지만 90대 이상만 8천 명에 달합니다.
지금 같은 일회성 상봉행사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MBN뉴스 이기종입니다.
영상편집 : 신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