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추진한 혁신안이 당 중앙위원회 표결을 통과했습니다.
비노계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박수로 이뤄진 표결 결과는 만장일치였습니다.
중앙위 표결을 끝내고 나온 문재인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중앙위원의 절대 다수가 혁신안에 찬성했고, 혁신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같은 요구를 받들어 제대로 하겠다"
문재인 대표의 얼굴은 오늘 아침 최고위원회의를 할때와 달리 환했습니다.
자신의 재신임 문제가 걸려 있던 터라 한숨을 돌린 걸까요?
그러나 그의 앞날이 어찌될 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문 대표는 분명 리더십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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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비노계가 끊임없이 흔들었지만, 그 흔들림을 혁신안 상정과 재신임 투표로 정면 돌파했습니다.
첫 고비는 넘긴 셈입니다.
그렇다고 끝까지 갈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또한 오산입니다.
당장 안철수 의원과 비노계의 집단 반발을 어떻게 끌어안을지가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분명 오늘 표결로 안 의원과 비노계의 반발은 동력이 약화됐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그 불이 꺼진 것은 아닙니다.
오늘 아침 안철수 의원 측이 내놓은 중앙위 불참 소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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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표가 혁신안 통과에 재신임을 걸지 않았다면, 참석해서 의견을 밝혔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오늘 중앙위의 성격은 혁신안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사실상 대표의 진퇴를 결정하는 자리로 변질됐다.
혁신안을 다루는 자리가 아니라 문 대표의 진퇴를 결정하는 자리라 불참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오늘 중앙위 안건은 혁신안 통과에 국한될 뿐 자신의 재신임은 예정대로 추석 전 반드시 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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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오늘 혁신안 통과가 재신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재신임 투표는 추석 전 하겠다"
이 발언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과 비노계 의원들은 격분한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할 게 뻔합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탈당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게 당 안팎의 시각입니다.
안 의원 역시 지난 대선에서 기존 정당 밖에 서 있는 것이 얼마나 혹독한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꼈기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습니다.
아마 이들은 끊임없이 문 대표 흔들기를 시도할 지 모릅니다.
그런데 안 의원의 말이 묘합니다.
오늘 성명서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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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번도 문 대표에게 사퇴하라고 요구한 바 없다. 내가 원하는 건 함께 살자는 거다. 다 망한 뒤에 대장 노릇해 봐야 무슨 소용있나?"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일까요?
문 대표는 그대로 남고, 문 대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읍참마속하라는 의미인가요?
지난 대선때 자신에게 패배를 가져다 준 기획자와 주도자를 문 대표가 스스로 멀리하라는 뜻일까요?
안 의원의 이런 생각은 왜 일까요?
안 의원의 측근으로 불렸던 송호창 의원은 안철수 의원의 최근 행보는 몸값 올리기와 권력투쟁이 맞다고 시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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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은 권력투쟁으로 비쳐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그 측근들조차 안 의원 행동이 권력투쟁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안 의원은 지금 권력투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안 의원이 궁극적으로 잡고자 하는 권력은 대권이고, 그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과 경쟁해야 할 문재인 대표가 상징적으로도 옆에 있어야 합니다.
다만, 문 대표가 자신을 넘어서서는 안됩니다.
그 전략을 짜는 참모들과 측근들이 문 대표로부터 멀리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안 의원이 경선을 통과해 본선에 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안 의원을 보는 것이 안 의원의 숭고한 뜻을 너무 저해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싫다해도 이것이 지금 안 의원을 보는 대중의 시선임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안 의원은 조금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문 대표 얘기로 돌아가면, 문 대표는 이런 안 의원을 달래며 혁신을 같이 추진해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문 대표가 대표직을 쥐고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한다면 안 의원과 비노계의 공세는 더 거세질 수 있습니다.
이쯤되면 문 대표는 백의종군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조국 서울대 교수의 말처럼 말입니다.
"혁신안과 재신임안이 통과될 경우 문재인 대표는 혁신안을 실천한 뒤 백의종군에 나서야 한다"
혁신안이 통과되면서 흔들리던 문 대표의 리더십은 더 화고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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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임안까지 통과되면 문 대표의 위상은 더 더욱 확고해질 것입니다.
그러면 된 것입니다.
혁신안에 따라 공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나면 미련없이 대표직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공천심사위원장 등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직은 자신의 측근이 아닌 안 의원이나 비노계에 맡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문 대표로서는 확고한 리더십을 재확인한 것만큼 큰 수확은 없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해도 아쉬울 게 없습니다.
문 대표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공천권에 다가가면 갈수록, 그 뒤에 있는 대권은 점점 더 멀어질 것입니다.
진정 노무현 전 대통령의 버림의 정치를 따르고
혁신안 통과는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모두에게 새로운 시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리더십과 그릇의 크기를 확인할 수 있는 시험 말입니다.
통과여부는 미지수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