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5자회동 이후 청와대·여당과 야당 사이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가고 있다. 회동 참석자 모두 결과에 불만이 가득해 향후 대치정국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위해 오는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국민들을 직접 설득하는데 나설 계획인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5자 회동에서 야당의 국정화 반대 주장에 맞서 조목조목 국정화 논리를 제기함에 따라 앞으로 정부 여당도 국정화 설득 여론전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친일·독재 미화’라는 프레임으로 교과서 문제를 비판하고 있지만, 교과서 국정화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통일시대까지 겨냥한 미래를 향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새누리당도 5자 회동 이후에 ‘전의(戰意)’를 더욱 다지는 분위기다.
김무성 대표는 전날 회동에서 적극적으로 박 대통령을 ‘호위’하는 등 교과서 국정화에 올인하고 있다.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도 김 대표의 교과서 관련 행보에 대해 별도로 사의를 전하는 등 당청관계도 회복되는 분위기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23일 “어제 역사교과서에 대한 대화에서 (여야의)인식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 차이 자체로만 해도 왜 균형잡힌 중립적 역사 교과서가 필요한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집필진도 구성이 안 됐고, 단 한 페이지도 쓰지 않은 역사 교과서에 대해 ‘친일’이니 ‘독재’니 하는 건 어불성설이고 지나친 억측”이라고 강조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이날 문 대표를 가리켜“주홍글씨를 써서 선동하는 것은 결코 대표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날 5자회동을 “떡고물도 없는 굴욕적 회담”이라고 평가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행여나 떡고물이라도 있을까 갔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이 돌아왔다”며 “이런 청와대 5자 회동은 국민과 야당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굴욕적”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여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김무성 대표는 보니까 참 덩칫값 못하는 여당 대표다”라며 “마치 대통령 정무특보를 자임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특히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결국 역사교과서 괴담의 진원은 박 대통령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같은날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교과서 관련) 당정 회의는 한 것으로 들었지만, 청와대가 직접 교육부에 지침을 내린 적은 없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더이상 청와대와 여당에 기대할 게 없다”는 분위기다. 이 원내대표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5자회담 역풍이 크다”며 “3+3 여야 지도부 회동은 한동안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어제 절벽을 보는 거 같았다”며 “(추가) 협상을 해봐야 기본적인 시작조차 힘든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대표와 이 원내대표 모두 “정기국회 보이콧은 없다”고 선언해 당장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 다시 방침을 정해야할 거 같다”며 청와대·여당을 겨냥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야당은 우선 긴급의원총회에서 도종환 의원이 언급한 ‘교과서 검증위원회’
[김선걸 기자 / 신헌철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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