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최대쟁점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 딱 ‘반 걸음’ 만큼의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보인 약간의 입장 변화가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의미있는 성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찍힌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올해가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전환점에 해당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조기에 위안부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무 협상에 박차를 가하겠다면서도, ‘가능한’ 이라는 조건을 단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조기에 위안부 문제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1·2차 아베 정권이 ‘일본이 위안부를 강제동원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해오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진전된 입장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단 한·일 외교당국이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고 있는 위안부 관련 국장급 협의도 다소나마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같은 양국간 합의는 외형상 박 대통령이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연내에 타결해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희망을 밝힌 것을 아베 총리가 일정 부분 수용한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 직후 일본측 취재진을 만나 “솔직하게 의견교환을 했다.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미래지향적인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미래 세대에 장애를 남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국교 정상화 50년인 올해에 가능한 한 조기에 타결을 목표로 교섭을 가속화하기로 (의견을) 일치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여러 과제, 현안에 대해 (한국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일한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정상 레벨에서 흉금을 열고 이야기를 해나가는 출발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불구속기소된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과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 손배소와 관련해 “여러 현안에 대해 일본이 말해야 할 것과 주장해야 할 점을 말씀드렸다”며 “한국 측의 조기 대응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종결됐고 강제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일본의 근본적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는 상황이다. 양국간 최고위급에서는 위안부 문제 조기해결을 위한 논의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지만 정작 각론에서는 여전히 격론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실무급 협상인 국장급 논의도 결국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당장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한·일 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던 2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안부와 관련한) 일본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일본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베 총리가 회담 이후 일본측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미래세대에 장애를 남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이전보다 전향적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 물론 미국 역시 한·미·일 협력구도 복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일본 측이 대미관계 등을 고려해서라도 보다 성의를 보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내에서 유력한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비롯해 조야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강경한 대일기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일본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현재 양국에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기준점으로 지난 2013년 일본 측이 민주당 정부 시절 우리 측에 제안했던 이른바 ‘사사에 안(案)’을 주목하고 있다. 이는 사사에 겐이치로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방한시 일본 측이 우리 측에 제시한 뒤 양국이 논의해 일정 수준 구체화된 방안이다. 이 안은 △일본 총리의 직접 사과 △주한 일본 대사관의 피해자 면담·사과 △일본 정부의 예산을 통한 피해자 보상 등을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지만, 이후 ‘아베의 자민당’이 정권을 되찾으며 유야무야됐다. 현실적으로 봤을때 향후 양국간 논의는 이 방안에서 서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일본 정부 차원의 법적 책임을 강조하는 우리 측의 입장을 더 담은 ‘플러스 알파’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양국 정상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조속한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고 속도를 내자고 했으니까 그 정도선에서 진전이 있는 것”이라며 “(아베 총리가) 외교적인 부담을 안고 귀국하는 것”이라는 견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 추동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