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내달 9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본격적인 총선 정국이 시작돼 법안 통과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민생경제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개혁 5법이다. 지난 9월 16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이인제 최고위원 등이 나눠서 대표발의했으며 당론으로 추진돼 새누리당 전원인 159명이 서명했다. 하지만 법안을 발의한 지 2달 가까이 지났지만 이 법안들은 아직껏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국 속에서 상임위가 공전하면서 일정이 차례로 밀리게 됐기 때문이다. 환노위는 일단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을 소위원회에 상정하고 소위는 20일부터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휴일 등을 제외하면 정기국회 내에서 노동개혁 법안을 논의할 시간이 보름도 안 남은 것이다.
심사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고된다. 야당은 노동개혁 법안에 대해 ‘노동개악’이라며 이미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9일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박근혜 정부가 정부 가이드라인으로 노동개악을 시도하려고 하고 있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활성화법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제출한 의료법 개정안은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관련 산업 활성화를 통해 연간 3만9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이 법안은 작년 4월에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진료서비스의 질 저하와 동네병원들의 집단 고사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서비스산업기본법은 교육의료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되는 법안으로 정부가 5년마다 기본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설치해 교육의료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야당은 의료 민영화의 전초단계라며 반대하고 있어 2012년 7월 발의된 법안이 아직도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의 9개 법안을 막는 대신 △사회보장기본법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청년고용촉진법 등 10개 법안을 중점법안으로 정하고, 이중 누리과정의 중앙정부 예산편성과 전월세 대책 등 2가지를 이번 정기국회의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누리과정의 경우 대통령 공약 사항인 만큼 중앙정부 예산으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월세 대책의 경우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 서민들의 전월세값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법 제정 △교과서 관련 제도를 법률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교과용 도서에 관한 법률 제정 △교육과정 및 교과서 발행 제도 변경시 국회 동의를 의무화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 등도 추진중이다. 이밖에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을 법률로 지정하는 내용의 적합업종보호특별법과 표준대리점 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는 대리점거래 공정화법 등도 중점 추진 법안에 포함됐다.
여당은 야당의 2개 핵심과제에 대해 야당이 억지를 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12일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당내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서민 주거 복지 5가지 중 3가지는 거의 합의를 보고 전월제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은 합의를 못봤는데 야당은 (전세)계약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자고 하고 있다”며 “당장 해주지 않으면 의사 일정진행이 안된다는데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야당을 규탄했다.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서는 “교육부, 기재부와 충분하게 설명했음에도 당장 (예산을) 내놓으라는 말을 하고 있다”며 “참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서로 표심을 의식해 민생과 경제에 꼭 필요한 법을 통과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경제가 어려울 때니까 국가의 경제도 안정시키고 민생도 살리는 방향에서 무엇이 옳은지 고민해서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더 어려운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민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안이라면 ‘빅딜’을 통해도 통과시키려
[박승철 기자 / 우제윤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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