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진통 끝에 법안처리에 물꼬를 텄지만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대중소기업상생협력 촉진법 등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법안들의 연내 통과가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오늘 처리하기로 합의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관광진흥법은 현찰인 셈이고 원샷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등은 9일이 만기인 어음”이라고 말했다.
법안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데다가 야당내에서 지도부와 상임위 의원간 엇박자로 처리 예정인 법안들이 졸지에 ‘부도어음’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합의문에 나온 ‘합의 처리’는 합의문이 만들어진다면 처리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협의 처리가 아닌 합의 처리를 명문화한 만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안통과가 불발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 1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심야 회동을 통해 여당이 주장하는 일명 ‘원샷법’인 기업활력제고를위한 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야당이 요구하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 촉진법과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의 빅딜에 성공했다.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합의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야 지도부의 합의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 법안 관련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법안처리는 암초를 만났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7월 발의해 147일째 국회에 표류중인 원샷법이다. 원샷법은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글로벌 공급과잉 업종의 사업재편을 위한 절차간소화 등 인센티브 제공을 내용으로 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는 1일 법안심사를 개시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다시 확인한 채 심사가 무기한 연기됐다. 야당 의원들은 ‘재벌 특혜’를 이유로 원샷법 지원대상에서 대기업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사업재편을 통해 대기업 오너의 지배구조 강화 및 경영권 승계로 악용될 수 있고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침해된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4중 안전장치를 규정했고 합병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기간을 10일로 단축하는 등 권리행사 기간이 줄어들긴 하지만 소액주주 권리 침해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야당이라고 하지만 산자위 소속 의원들이 큰 틀에서 산업 발전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활성화 4대 법안 중 하나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은 지난 2012년 7월 20일 발의된 후 1232일째 국회서 미아(迷兒)신세다. 정부는 서비스 산업 선진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비스산업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골자로 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제정을 추진했다. 정부는 일자리 69만개 창출, 잠재성장률 0.2~0.5%p 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의료민영화를 촉진한다는 역풍에 휘말려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발의 10년만에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북한인권재단의 성격과 북한인권기록보존서 소속 등 주요 쟁점에 대한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어 여야의 기싸움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통일부 산하에 북한인권재단을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해 북한인권과 관련한 시민단체들을 지원하자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단보다는 인도지원 관련 민간단체들을 모은 ‘인도적지원협의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 조사 및 기록저장 방식에 대해서는 여당은 법무부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를 주장하지만 야당은 통일부내 인권정보센터 설치를 요구중이다.
대중소기업상생협력 촉진법은 야당이 중소기업적합업종 법제화를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다가 정부와 여당의 강력한 반발로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수위를 낮췄다. 대신 중소기업자단체가 동반성장위원회에 중기적합업종을 신청시 합의기간을 1년 이내로 규정하고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중소기업청장에게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계의 입장을 반영했다.
한편 불과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의 선거구 획정도 정치권의 큰 숙제로 남아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
여야는 지난달 20일까지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획정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양당 지도부 간 견해차를 줄이지 못해 공전을 거듭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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