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예비후보 등록개시일 하루 전인 14일까지도 선거구 획정안을 도출해내지 못하면서 조정 대상인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정치 신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현역 의원들은 의정활동 보고서 등 여러 방법으로 홍보가 가능하지만 일부 정치 신인의 경우 선거구조차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불리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의 무책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는 이날도 선거구획정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갖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서울 중구 등 전국의 62개 선거구(8월말 인구 기준)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정치 신인들은 15일부터 예비후보로서 불안한 선거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예를 들어 서울 중구의 경우 인구가 모자라 성동이나 종로구와 합쳐지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중구에서 출마 준비 중인 예비후보의 경우 일단은 출마지역으로 중구를 못박아 선거사무소 간판을 달고 명함을 만들 수 밖에 없다. 연내에 선거구재획정이 이뤄지면 그때 다시 개편된 선거구에 따라 간판과 명함을 새로 제작해야 한다.
올해 말까지 선거구가 재획정되지 않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작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내년에는 모든 선거구가 사라지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부터 예비후보자들은 선거구가 사라지면서 예비후보 자격도 박탈당한다. 선거사무소 간판을 떼어야 하고 명함도 돌릴 수 없으며 어깨 띠도 착용할 수 없다.
예비후보 등록을 준비 중인 정치신인들은 국회가 무책임하다고 일제히 성토했다.
인구가 많아 분구가 예정된 인천 연수구에서 뛰고 있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은 “골대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공을 차는 셈”이라며 “선거구를 분할하는 선이 어디로 그어질지 모르니 지금은 어느 분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해야 되는지도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역시 분구 예정인 강남을 지역에서 준비 중인 전현희 전 민주당 의원은 “현역 의원들은 선거구 획정이 안 돼도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데 현역이 아닌 경우에는 선거운동도 상당히 제약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나마 전직 의원이거나 지명도가 높은 정치 신인은 좀 낫지만 그렇지 못한 신인들은 더 힘든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정의화 국회의장은 15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특단의 조치’를 준비 중이다. 정 의장이 고려 중 안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해산하면 선거 업무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에 현행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을 기준으로 한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한 뒤 심사기일을 정하는 내용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개특위의 활동시한이 15일이란 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정 의장은 이날 집무실에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에게 “31일 이후부터는 여러분 지역구도 다 없어지고 예비후보도 간판을 내려야 한다”며 “그게 입법 비상사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만은 의장이 액션을 할 수 있는 것”
새누리당도 정개특위 해산 후 안행위에 지역구를 7석 늘리고 비례대표를 그만큼 줄이는 안을 제출, 자유 투표를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제윤 기자 /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