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는 한·중 FTA 발효로 인한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업계에서는 ‘기대되는 실익은 없다’는 정도로 말하고 있으나 실제 속내를 들여다보면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더 크다.
기대감이 크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현재 관세가 높게 적용되고 있는 대중 주력 상품에 대해서 관세 인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에너지·화학 제품의 1위 수출 시장은 중국이다. 주요 수출 석유제품은 항공유·윤활기유·벙커C유 등이다. 석유화학제품 중에서는 파라자일렌(PX) 등 중간원료와 프로필렌, 에틸렌, 툴루엔, 벤젠 등이 있다.
석유와 석유화학 전체 수출 물량 중 대중 수출의 비중은 각각 18%와 45%다. 석유제품은 이미 현재도 관세가 0~1% 수준이라 관세 철폐가 큰 의미가 없다.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는 석유화학제품에서 관세 인하가 이뤄지면 이를 통해 국산 제품 경쟁력이 생기길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로 관세 인하 폭을 보면 수혜가 예상되는 품목은 이온교환수지, 고흡수성수지, 폴리우레탄, 에틸렌, 프로필렌 등 일부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군이다.
이 역시도 관세 인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증설에 나서면서 수입 물량이 장기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대문이다. 그만큼 업계에선 “단기적으로 일부 제품의 수출이 증가할 수 있겠지만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업계에선 석유화학 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 뿐이라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게 업계의 설명이다.
당장 업계에서 가장 기대했던 파라자일렌(2%)이나 테레프탈산(6.5%), 에틸렌글라이콜(6.5%), 폴리프로필렌(6.5%) 등은 양허에서 제외되거나 부분 감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 제품의 관세 철폐가 10년 가량 걸리는데 그 사이에 중국 제품의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역으로 중국산 제품의 국내 유입만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사 제품은 이미 관세를 내지 않는 동남아산 및 대만산과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중동·인도산 등도 밀려드는 상황이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일례로 기초원료인 에틸렌은 중국의 생산능력은 10년간 3배 증가해 세계 2위다. 세계 4위인 한국을 앞섰다. 가격경쟁력에서도 밀리고 있다.
여기에 더 큰 걱정거리는 국내 시장을 뺏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초원료는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의 관세가 철폐됨과 동시에 중국이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품목의 관세 또한 없어진다. 에틸렌, 프로필렌 등과 같은 범용 제품은 관세를 포함하더라도 중국 제품이 이미 우리나라 제품보다 싸다. 그만큼 관세까지 없어지게 되면 국내시장을 정조준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업계에서 보고 있다. 지금까지 가격이 저렴하지만 국내산을 사용했던 것은 조금씩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중국업체들이 국내에 저장시설을 설치하고도 더 싼 가격에 공급이 가능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또 PE(폴리에틸렌)필름 같은 1차 가공 제품이 중국에서 생산되어 국내로 수입될 경우 국내의 PE필름 제조업체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국내 유화업계의 원료를 공급받는 제조업체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면 이것 또한 국내 유화업계의 피해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업계에서 범용제품 시장이 아닌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FTA를 통해 정부에서는 범용제품에 대한 구조조정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PTA(고순도 테레프탈)다. FTA가 발효와 함께 한국산 제품이 중국에 수출될 때는 관세를 내야하지만 중국산 제품이 수입될 때엔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페트병 등을 만들때 사용되는 PTA는 대표적인 범용제품으로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우리 제품의 수출 관세만 남겨놓은 것은 범용제품 생산에서 고부가 제품 생산으로의 산업구조 변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다. 업계에선 가뜩이나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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