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과거와 달리 달라졌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먼저 헤어스타일이 달라졌습니다.
다섯살 때부터 했다는 8대2 가르마는 바뀌지 않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에 있을 때보다는 숱도 적어졌고, 머리카락도 기름을 발라서 그런지 윤기가 흘렀습니다.
좀 더 참신해보였고, 좀 더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머리가 길었으니 때맞춰 정돈한 것이겠지만, 아마 탈당과 함께 마음 가짐을 새롭게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화법도 달라졌습니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뻔한 말만 할 것 같다는 이미지를 벗고 농담까지 했습니다.
![]() |
↑ 사진= MBN |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의원(17일 중앙기자간담회)
- "진짜 회를 먹는게 회식이네 하하하. 아휴! 썰렁해! 회! 회식하세요"
그런데 이 농담이 즉흥적일까요?
아니면, 준비된 농담일까요?
안 의원 스타일로 봤을 때 즉흥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농담하는 안 의원 얼굴이 빨개지기까지합니다.
늘 결단을 주저주저하면 '간'을 보던 스타일도 주도면밀하게 바뀌었다고 합니다.
안철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2월 설 전에 창당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왜 2월 설 전일까요?
그냥 설 밥상에 자신의 신당 얘기를 올려놓기 위한 포석은 아닙니다.
바로 돈 때문입니다.
신당을 만들려면 전국에 조직을 만들어야하고, 사무실도 얻어야 합니다.
사람도 고용해야 합니다.
창당 한 번 하는데 수십 억 원이 든다는 말도 있습니다.
안 의원은 천억 원대 부자이지만, 지난 대선과정에서 보았듯 이 돈을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치 후원금을 받아봤자, 턱없이 부족하기때문에 신당으로서는 정부 국고보조금이 절실합니다.
정당보조금은 분기에 한번 씩 나오는 올 1분기는 2월 15일쯤 나옵니다.
이 전까지 당을 만들고, 최소 5명의 의원만 확보한다면 5억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다 내년에는 총선이 있기 때문에 선거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선거후보자 등록기간이 지나면 20억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탈당한 김동철 문병호 의원 등 다섯명만 확보해도 25억 원의 돈이 생기는 겁니다.
20명의 의원까지 확보해 원내교섭단체가 된다면 돈은 더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정당보조금을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과 함께 나눠가지면 17억9천여 만원을 받을 수있습니다.
선거보조금도 68억원으로 늘어납니다.
![]() |
↑ 사진= MBN |
이렇게 되면 꽤나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거를 치르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안철수 의원은 그래서 설 전 창당을 하겠다고 한 겁니다.
문제는 의원 숫자가 어느 정도가 될까 하는 점입니다.
앞서 탈당한 의원들이 안철수 의원과 함께 한다해도 총 4명에 불과합니다.
천정배, 박주선 의원과 손을 잡으면 최소 5명은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내교섭단체가 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누군가 더 합류해야 합니다.
광주 쪽에서 임내현 의원이나 권은희 의원이 곧 탈당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많이 잡아도 호남쪽 탈당 의원은 7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물론 박지원 의원이나 박영선, 김한길 의원이 탈당한다면 흐름이 다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
수도권에서도 탈당자가 나와야 하지만, 수도권 의원들은 머뭇머뭇하고 있습니다.
호남과 달리 수도권은 친노 성향의 유권자도 많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당원이 6만 명을 넘어선 것을 보면 수도권 의원들은 탈당을 주저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안 의원이 좀 더 주도면밀해진 게 맞다면, 지금쯤 오락가락하는 호남과 수도권 의원을 열심히 만나고 다닐 겁니다.
![]() |
↑ 사진= MBN |
안 의원은 오늘 대전을 찾았습니다.
탈당 직후 부산을 찾았다가 호남으로, 그리고 이제는 대전으로 향한 것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략을 닮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1996년 총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해 66석을 얻었던 돌풍처럼, 안철수 의원도 신당을 통해 100석 정당을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안 의원은 DJ가 아닙니다.
DJ는 당과 관계없이 그를 따르는 유권자층을 갖고 있습니다.
목숨을 잃을뻔한 수많은 위기를 넘겼고, 단식 투쟁을 불사하며 의회민주주의를 지켜내기도 했습니다.
안철수는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확고한 지지기반이 없습니다.
![]() |
↑ 사진= MBN |
대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호남에서 받았던 뜨거운 관심이 대전은 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정말 100석을 얻으려면 대전이 뜨거워져야 하지만, 충청 민심이 워낙 신중한 탓도 있지만 안 의원 자체가 충청에서는 그만큼 뜨겁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찌됐든 새누리당은 안철수 의원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무시하고 폄하했지만,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을 뺏아가는 것으로 나타나자 시선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 인터뷰 : 원유철 / 새누리당 원내대표 (12월21일)
- "안철수 의원이 올해 간 신당 창당 공식화할 것 같습니다. 안철수식 구호정치, 철수 정치가 어떤 식으로 결론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인터뷰 : 김태호 / 새누리당 최고위원 (12월21일)
- "안철수 의원의 탈당하고 신당 이야기 나오는데 우리 새누리당의 지지도가 10% 떨어졌다는 그런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건 무엇을 뜻하는 겁니까?"
김무성 대표는 야권 분열로 180석 이상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내부에서는 안 의원의 신당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여전히 안 의원을 평가절하는 시선이 많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
안 의원이 이렇게 달라졌지만, 내년 총선 결과는 야권에 매우 비관적입니다.
그 결과가 예측 가능해진 상황에서도 안 의원이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또 그 결과가 야권의 참패로 나왔을 때도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