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자기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대기업들이 한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물꼬가 터졌다.
원샷법은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이 사업구조를 재편할 때 인수합병(M&A)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주회사 규제도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일정한 파이를 놓고 과잉 경쟁하는 기업들간에 ‘교통정리’가 원활해질 전망이다.
재계는 대기업이 원샷법 대상에 포함된데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기업 체질 강화를 위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도 “총선이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원샷법이 통과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전했다.
특히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업종 가운데 한계 상황을 맞은 업종들은 원샷법 통과를 크게 반기고 있다. 조선업종 중 무려 18.2%가 한계기업으로 조사됐다. 석유화학은 10.7%, 철강은 12.8%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고 있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올해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산업계 공급과잉 현상이 크게 작용했다”며 “기업이 살아남을수 있도록 원활히 구조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4일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상황에 처한 대기업은 567곳(2014년 기준)으로 전체 한계기업 중 14.8%에 달한다. 한계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는 34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계 대기업은 2009년만 해도 9.3%(343곳)에 그쳤지만 5년새 5.5%포인트나 불어났다. 같은 기간 한계 중소기업 비중이 1.8%포인트(13.5%->15.3%) 늘어난데 비하면 잠재 부실 기업이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다만 재계는 원샷법 적용기간이 초안 대비 줄어든 점(5년->3년)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행정규제기본법 등 일자리·투자를 늘릴 수 있는 법안이 여전히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는 점은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네거티브 규제’(최소한 금지사항 이외 모든 활동을 허용)를 골자로 한 행정규제기본법은 1년 5개월이 넘도록 계류 중”이라며 “당국이 허락해준 것 아니면 못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고쳐 아이디어가 나오는 대로 사업화해 해외와 경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원샷법 시행으로 현행법상 발행 주식의 10% 이하에만 허용했던 소규모 M&A는 20%까지 완화된다.
자산 규모 10% 이하 소규모 사업 분할은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단행할 수 있다. 기업들이 M&A를 추진할 때 이를 반대하는 주주들 주식을 의무적으로
지주회사 규제도 완화된다. 지주사가 증손회사를 보유할 때도 현재는 원칙적으로 100% 지분을 보유해야 하지만 원샷법이 적용되면 50% 지분만 보유해도 된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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