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해에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이미 염두에 두고 군량미 비축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북한은 핵시설이 자리한 평안북도 영변 부근에 서울의 특정 지역을 본뜬 가상 군사훈련장을 건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설을 앞두고 중국에 나온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 제1비서는 작년에 북한 군부에 향후 3년 치 군량미를 미리 준비해 놓을 것을 지시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를 점검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대다수 주민은 김 제1위원장의 이 같은 지시에 별로 주목하지 않았지만, 간부들이나 눈치 빠른 사람들은 김정은이 큰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로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북한 전문가인 커티스 멜빈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상업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영변군 구산리에 대규모 군사훈련 시설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영변 핵시설 북서쪽에 자리한 이 시설은 2014년 9월과 10월 사이, 불과 한 달 만에 지어진 것으로,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에서 만든 군사훈련 시설 중 최대 규모다. 멜빈 연구원은 이들 3개 구역 중 가상 훈련장이 서울의 일부 지역을 본떠 만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정 지역에 대한 군사행동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군사작전식 개성공단 폐쇄는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당 비서직을 맡은 뒤 나온 첫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김 비서는 오랜 기간 대남 공작을 담당해오며 남측과 깊은 악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2008년 개성공단 남측 인원의 체류 및 통행 인원을 축소한 ‘12·1 조치’를 실시했을 당시 김 비서는 국방위원회 정책국장 직책으로 권총을 차고 개성공단을 방문해 우리 기업인들에게 위협적 언사를 퍼부은 전력이 있다. 김 비서는 지난 12일 처음으로 당 비서 직함을 달고 언론에 공식 노출됐다.
김 비서는 지난해 말 사망한 김양건의 뒤를 이어 통일전선부장과 대남담당 비서직까지 물려받았다. 사실상 북한 내부의 대남담당 총책을 맡으며 핵심 실세로 부상한 것이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남북대화에 관여한 북한 군부 내 대표적인 대남통이었다. 1989년 남북 고위당국자회담 예비접촉 때 북측 대표였고, 1990년 남북 고위급회담 때도 북측 대표단에 참여했다. 이후로도 ▲ 남북고위급회담 군사분과위 북측위원장(1992년) ▲ 남북정상회담 의전경호 실무자접촉 수석대표(2000년) ▲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대표(2006~2007년) ▲ 남북 국방장관회담 북측 대표단(2007년) 등을 맡아 남북대화에 관여했다.
김 비서는 2009년 중장에서 상장으로 승진하면서 대남공작 사령탑인 총참모부 정찰총국장에 임명됐다.2010년 제3차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의 바로 옆의 옆 자리에 앉으면서 김정은의 핵심 측근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미국 소니사 해킹사건, 비무장지대(DMZ) 지뢰
이번 개성공단 폐쇄 및 추방 사건은 향후 김영철 비서의 대남 전략을 보여주는 첫 작품으로 향후 남북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공작 전문가라는 그의 배경은 향후 북한의 대남정책을 가늠하기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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