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와 대구 의원의 ‘오랜 앙금’, 결국 공천에 영향 줬나

대구 의석수의 3분의 1에 달하는 4명의 현역의원이 한 번에 ‘컷오프’ 당하면서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4선·대구 수성갑)과 대구 의원들 사이의 악연에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작년 2월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직도 사퇴한 바 있다. 이후 공석이 된 당협위원장 직을 두고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이었던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과 정순천 대구시의회 부의장 등이 지원할 움직임을 보였다.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이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 뒤 이 위원장을 제외한 대구 지역 현역의원들은 자리를 마련해 후임 수성갑 당협위원장 자리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전해들은 이 위원장은 자신에게 별다른 의견을 구하지도 않고 후임자를 논의한 것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당시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과 유승민계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후 이 위원장은 자신의 후임으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강력하게 지원했고 김 전 도지사는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협위원장이 돼 김부겸 후보와 맞서고 있다.
이 위원장과 주호영 의원(3선·대구 수성을)과의 악연도 눈에 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두 의원은 수성구청장 공천 문제를 두고 대립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구시당 공천심사위원회는 현역 구청장이었던 김형렬 전 구청장을 공천했는데 검찰이 그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낙천한 이진훈 현 구청장이 중앙당 공심위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공심위는 결국 이 구청장을 공천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위원장은 김 전 구청장을, 주호영은 이 구청장을 지원한 것이다.
재심 끝에 공천에서 탈락한 김 전 구청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결국 패배했고 당선된 이 구청장은 재작년에 재선에 성공했다. 주호영 의원 측에선 당시에 있었던 일을 두고 이 위원장이 원한을 품고 보복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주호영 의원의 지역구를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결정한데 대해 “후유증이 제일 적겠다 싶은 곳을 해야 하고 지정한 후에 당선 가능성이 제일 높은 곳을 (지정)해야 한다”며 “억울한 일이 많겠지만 당의 입장에서 결정해야 한다. 중진일수록 그런 정도는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 우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