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까지 맡았을 정도로 '심복'으로 통했던 유승민 의원.
그랬던 그가 이제는 '바람 앞의 등불'같은 신세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유 의원의 기구한 정치 운명, 이권열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2004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듬해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박 대통령과 불편해지더니, 말 한마디 할때마다 눈밖으로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박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들을 어린아이란 뜻의 '얼라'로 부른게 구설수에 올랐고,
「▶ 인터뷰 : 유승민 / 새누리당 의원(2014년 10월 외교부 국정감사)
- "미국하고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포지션을 취할 것이냐가 얼마나 국가적으로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누가 합니까? 이거를 청와대 '얼라'들이 합니까?"」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당선된 뒤엔 박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를 정면으로 반박했고,
「▶ 인터뷰 : 유승민 / 새누리당 의원(2015년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
-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급기야, 쫓겨나듯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는 순간엔 헌법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 인터뷰 : 유승민 / 새누리당 의원(2015년 7월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10여 년간 박 대통령과 운명 공동체였지만, 좀체 타협하지 못했던 소신 탓에 애증의 시간에 마침표를 찍은 유 의원.
이제 혈혈단신으로 광야에 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야 할 순간에 섰습니다.
MBN뉴스 이권열입니다. [ 2kwon@mbn.co.kr ]
영상편집 : 최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