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공천 전쟁’을 벌이며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정당은 계파간 밥그릇 다툼만 계속하고 탈당한 의원들은 공천을 위해 철새처럼 옮겨다니는 ‘막장드라마’같은 행태를 보이면서 국회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18일 새누리당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김무성 대표가 보류를 요청한 8곳의 단수 및 우선추천지역과 유승민 의원의 거취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3일째 공천을 둘러싸고 친박·비박간 권력다툼만 이어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내홍에 휩싸였다. 경기 파주갑에 윤후덕 의원을 다시 공천하면서 ‘친노’는 버리고 문재인 전 대표와 친한 ‘친문’만 살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민의 당 역시 공천 잡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천 파동이 전무후무한 최악의 공천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비판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계파갈등은 공천 때마다 있었던 일이지만 전에는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내걸고 계파를 챙겼다”며 “그런데 이번 새누리당 공천은 다른 좋은 후보가 있다든가 하는 어떤 변명도 없이 그냥 괘씸죄에 따라 자르겠다는 오만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도 “여야를 막론하고 ‘져도 좋다. 의석 몇 개 잃어도 좋으니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찍어내겠다’는 생각이 이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난 공천이 있었나 싶다”며 “이렇게 지저분하게 공천된 사람들로 이뤄진 20대 국회는 똑같은 구태를 반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이 본연의 업무인 입법 활동을 하기는 커녕 자기 밥그릇만 챙기면서도 세비는 그대로 받고 있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정기적으로 받는 월간 수당은 1031만1760원이다. 여기에 회기가 열릴 경우 하루당 3만원 가량의 특별활동비를 받는다. 이와 함께 1월과 7월에는 일반수당의 50% 수준인 정근수당을, 설과 추석에는 일반수당의 60% 수준인 명절휴가비를 받는다. 특수활동비를 빼도 연간 약 1억3800만원을 받는 고액 연봉자들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국회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전 교수는 “현재 국회의원의 세비는 기본급에 활동비가 더해지는 방식”이라며 “회의가 없는데도 있는 날이나 없는 날이나 똑같이 세비가 나가는 것인데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회의가 많은 날은 더 받고 국회 문이 닫혀 있을 때는 세비를 안 주는 등 대안은 많지만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여론과 시민단체가 추동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민단체는 이미 정치권에 흡수돼버렸다”고 개탄했다.
여야는 19대 국회에서도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국회의원들의 세비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법안 심의는 제대로 하지 않아 결국 ‘보여주기 식 쇼’에 그쳤다.
재작년 12월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 등 154인이 ‘정기국회·임시국회 회기 내에 국회법에 따른 본회의·상임위원회 회의 등이 전혀 열리지 않은 경우에는 그 기간이나 회기만큼 국회의원의 수당 등이 지급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인이 ‘회기 중 전체 회의일수의 4분의 1 이상 무단 결석 시 해당 회기의 특별활동비 전액을 삭감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제는 개정안들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원 의원은 “의원들이 정치적 입장이나 전략으로 회의를 보이콧하는 것도 정치적 행위의 일종이지만 적어도 의사 일정이 합의된 상태에서 회의에 참여하는 것은 의원의 의무”라며 “(이 법안은) 정략적인 것도 아니고 실천만하면 되는 건데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거대 담론으로 선거철에만 써먹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법안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우리가 보수혁신위원회를 만들고 야당은 혁신실천위원회를 만들면서 같이 (개정안을 주제로) 경합을 하기로 했었다”며 “그러나 문재인 대표 체제로 바뀌고,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오면서 야당 내부 분열로 제대로 된 논의를 이끌어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민주의 한 의원은 “지난 해 하반기에 국회가 쟁점법안들을 놓고 여야 간 다툼이 있어서 정상적인 법안 논의가 불가능했던 상황이었다”며 “(세비 삭감 반대라는) 의도성을 갖고 안한게 아니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정상적
김형준 교수는 “세비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혈세인 만큼 윤리위를 강화해 세비를 어디에 썼는지 감사해야 하지만 국회를 감사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며 “이것이 국회의원들의 특권이식이고 비뚤어진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우제윤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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