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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경선을 치를 수 없는 물리적 시한이 다해서야 결론을 맺게 된 셈이다. 경선이 불가능해졌으니 공천관리위원회의 선택은 사실상 공천배제 밖엔 남지 않았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새누리당은 2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결과에 대한 추인 작업을 진행했지만 막상 최대 관심사인 유 의원 거취는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는 공관위에서 논의한 다음에 하겠다”고 공을 또 넘겼다. 공천관리위원회는 오후 회의에서 유 의원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오늘도 (유 의원의 자진 사퇴를)기다린다”고 말했다. 박종희 사무2부총장은 “경선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유승민 고사작전’이 끝까지 계속되자 임태희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23일까지 결정을 보류해 무소속으로도 못나가게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한다. 이 광풍을 막을 사람은 김무성 대표 뿐”이라고 주장했다. 후보등록 기간인 24~25일에는 당적 변경이 불가능하다.
반면 유 의원은 이날도 잠행을 계속하며 침묵을 지켰다.
정치권에선 이 위원장과 유 의원의 신경전을 두고 ‘순교(殉敎)’와 ‘배교(背敎)’ 사이의 줄다리기라고 진단한다.
친박계 쪽에선 공천 배제를 통해 유 의원에게 또 한번 순교자 이미지가 더해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고 한다. 반대로 유 의원 입장에선 스스로 ‘배교’를 택할 이유가 없었다. 원내대표직을 놓고 친박계와 유 의원이 벌였던 싸움의 복사판이었으니 결론이 같은 것도 당연하다.
지난 해 6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배신의 정치’를 거론하자 친박계는 즉각 유 의원에게 원내대표 사퇴를 강력히 압박했다. 당시 13일간 버틴 유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사퇴 권고가 결정된 뒤에야 물러났다. 퇴임사에선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유 의원은 이번엔 당분간 당을 떠나야할 지도 모른다. 김무성식 백의종군을 택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는 게 중론이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낙천되자 탈당 대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유 의원의 경우 이미 측근으로 분류되는 조해진 권은희 류성걸 의원 등이 무소속 출마 의지를 밝힌 상태다. 불출마를 선택하면 동료들까지 타격을 입는 구조다. 그는 지난 해 10월 기자들과 만나 “저와 뜻을 같이 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처벌을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런 일이 있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유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서면 대구·경북은 물론 수도권에도 도미노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유 의원 본인이 이미 전국적 스타가 된데다 재심 청구 중인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까지 무소속
18대 총선처럼 무소속이 무더기로 당선되는 상황까진 어렵겠지만 최소 몇 사람만 생환하더라도 정치적 상징성이 매우 크다. 특히 유 의원과 이 의원이 살아돌아오면 새누리당 내에는 가장 강력한 ‘비박 투톱’이 등장하게 된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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