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당선‘으로 통했던 여당 심장부 ’대구경북(TK)’ 판도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풍에 그칠거라 예상했던 ’탈당 무소속 연대‘가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을 중심으로 탄력을 받으며 TK총선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고 대구뿐 아니라 경북에서도 무소속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위기감이 커지자 30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 등 당내 거물급 인사들이 총출동하며 ’TK 사수‘에 나섰다. 같은 날 무소속 유 의원은 총선 발대식을 열어 맞불을 놨다.
현재 대구지역 곳곳에선 ’새누리당 대 무소속‘간 엎치락 뒤치락 경쟁이 진행중이다. 대구 동갑에선 ’옥새 파동‘ 끝에 공천장을 거머진 정종섭 후보와 무소속 류성걸 후보가 다투고 있다. 한국일보 여론조사(3월26~28일 실시)에 따르면 정 후보가 37.7%, 류 후보가 38.4%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조선일보 여론조사(3월26일 실시) 결과 대구 수성을에선 이인선 새누리당 후보가 22.9%, 주호영 무소속 후보가 40%로 이 후보가 18%포인트 가까이 뒤지고 있다.
야권 후보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북구을의 홍의락 의원은 양명모 새누리당 후보를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 30일 발표된 영남일보, 대구MBC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홍 후보는 42.3%의 지지율 얻어 양 후보(26.8%)를 오차범위 넘어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후보를 맞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 역시 여전히 10%포인트 넘는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당 실세 총출동 부탁, 유 의원도 발대식 맞불
새누리당 후보들이 좀처럼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하자 당 지도부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대구로 내려가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김 대표측은 “대구 지역 공천 분쟁이 컸던 만큼 이를 안정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방문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친박 후보들의 공천을 거부하며 결국 유 의원을 살려줬던 김대표가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비박 연대‘ 바람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 서둘러 대구를 찾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친박 좌장으로 TK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경환 의원 역시 이날 대구를 찾아 힘을 보탰다. 그는 이날 대구서 열린 이인선, 윤재옥(대구달서을), 조원진 후보(대구달서병)의 선거개소식을 잇따라 찾는 광폭행보를 펼쳤다. 최 의원은 이날 “친박이니 비박이니 계파 갈등을 유발하는 표현은 하지 않겠다”며 “저부터 솔선수범해 하나된 마음으로 총선 승리를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하듯 동구을의 유승민 무소속 후보는 이날 발대식을 갖고 무소속 후보를 향한 새누리당 친박 후보들의 잇딴 공격성 발언에 직격탄을 날렸다. 유 의원은 “지금 대구에서 무소속 후보들을 두려워하고 무슨 바람이 일어날까봐 겁을 내는 저분들의 형태는 도저히 정상이 아니라고 본다”며 “어떤 막말과 험한 욕에도 절대 대꾸하지 말고 대구시민과 국민만 바라보고 선거를 펼쳐나가자”고 당부했다. 유 의원은 또 “이번 선거는 대구시민들의 자존심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떳떳하게 알리는 선거여야 한다”며 “대구시민들은 권력이 아무 찍어누르고 핍박을 해도 절대 굴하지 않는 당당함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또 그는 “2007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대선후보 경선 탈락 때 버스안에서 울었던 사람들이 바로 우리”라며 “박 대통령 때문에 울었던 우리들보고 사진을 떼라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무소속 바람 못 잡으면 총선판 흔들
무소속 바람은 이미 경북으로 옮겨붙였다. 첫 현역 컷오프(공천배제)를 당한뒤 일찌감치 무소속 출마에 나선 김태환 의원(3선·구미을)을 필두로 곳곳에서 무소속 바람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2일 뉴데일리가 실시한 조사에서 김태환 의원이 22.9%의 지지율로 새누리당 장석춘 후보(14.6%)를 따돌리며 1위를 달렸다. 포항갑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경북도민일보가 지난 27~28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김정재 후보는 36.3%의 지지율로 무소속 박승호 후보의 48.2%보다 12%포인트 가량 뒤졌다. 사실상 경북지역에도 무소속 돌풍이 새누리당을 매섭게 흔들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은 당의 지역적 기반으로 중심을 잡아줬던 TK 지역이 뿌리채 흔들리면 20대 총선 전체판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일찌감치 영남지역을 정리한뒤 곳곳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수도권에 힘을 집중하려 했던 전체 총선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지역내 영향력이 큰 최경환 의원이 TK 선거를 지휘하고 김 대표가 서울·수도권을 맡기로 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 문지웅 기자 / 서울 = 추동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