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선거구제로 치러지는 현행 국회의원 선거는 ‘승자독식’의 잔혹한 게임이다. 잃을 것이 많을수록 선뜻 뛰어들기 어렵다. 특히 국회의원만큼이나 좁은 문을 통과해야 거머쥘 수 있다는 공공기관장직을 박차고 총선에 뛰어든다는 것은 당사자 입장에선 가히 한 판의 도박이나 다름없다.
20대 총선에도 13명의 기관장과 2명의 임원 등 모두 15명이 몸담았던 공공기관을 박차고 과감히 여의도 입성을 위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13일 선거 결과 이들 중 단 6명만이 ‘금배지’ 사냥에 성공했다. 40%에 불과한 생존률이다. 당선 안정권에 있던 2명의 비례대표 당선자를 제외하면 성공 확률은 30%까지 떨어진다.
임기 후 출마에 도전했던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판돈조차 건지지 못하게 된 셈이다.
지역구 입성에 성공한 전직 공공기관장은 박완수(경남 창원·의창), 김석기(경주), 곽상도(대구 중·남), 김선동(서울 도봉을) 등 모두 4명이다. 모두 새누리당 간판으로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박완수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그만두면서 논란을 빚었다. 퇴임 이후 사장이 공석이던 지난 1월 수화물 처리 지연으로 항공기 출발과 도착이 늦어지는 ‘수화물 대란’이 벌어지며 박 당선인의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창원시장 출신인 박 당선인은 불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지역 기반에 힘입어 당내 경선에서 현역인 박성호 의원을 꺾은데 이어 본선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서울지방경찰청장이자 한국공항공사 사장 출신인 김석기 당선인도 퇴임 직후 지난 1월 제주공항 폭설사태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 정종복 후보를 누르고 20대 국회에 몸을 싣게 됐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곽상도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도 대구에 불어닥친 무소속 열풍에도 불구하고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장을 중도 사퇴한 김선동 당선인도 43.7%의 득표율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여의도행에 올라탔다.
여성 당선인 2명은 모두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5순위인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 국민의당 비례대표 1순위를 받은 신용현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모두 높은 순번으로 추천을 받아 무난히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기 고양갑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손범규 전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은 심상정 정의당 당선인과의 세 번째 대결에서 고배를 마셨다. 18대 총선에서 심 당선인과의 맞대결을 승리로 이끌었던 손 전 이사장은 19대 선거에서는 당시 최소표차인 170표 차이로 심 당선인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리턴매치’인 20대 총선에서는 일여다야의 유리한 구도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심 당선인에게 패배했다.
한국전력 감사 출신인 안홍렬 새누리당 후보(서울 강북을)도 서울에 불어닥친 야풍(野風)에
장석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은 새누리당 경선과정에서 성남분당갑이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에게 돌아가면서 고배를 마셔야 했고, 경남 창원마산합포에 도전한 허영 전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은 경선에서 여당 거물 이주영 의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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