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 4·13총선 여성 당선자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여당 여성의원은 총 6명 뿐이지만, 그 중 절반이 3선 이상 중진이라 당 안팎의 주요 직책을 맡을 수 있는 여걸(女傑)들이다. 총선이 끝난 지 일주일밖에 안됐지만, 이들은 벌써부터 그간 염두에 둔 요직을 놓고 물밑 계산을 치열하게 하고 있는 분위기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비박계 3선 이혜훈 당선자(서울 서초갑)이다. 이 당선자는 총선이 끝나자마자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총선 참패 책임론’ 등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자기주장이 뚜렷한 경제통으로 분류되기에, 20대 국회에서 비중있는 직책을 맡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당선자는 21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아직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이 어떻게 꾸려지고 각 당에 어떻게 배분될 지 윤곽이 나오지 않아 관망 중”이라면서도 “(기획재정위원장 등을)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최고위원을 해봤던 경험을 토대로 전당대회에 나서거나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그는 “앞으로 당이 강한 정당으로 변모하는 데 역할이 있으면 하려고 한다”며 이같은 예측을 부인하진 않았다. 보통 3선 의원이 도맡는 정책위의장 후보에도 빠지지 않아, 어떤 자리로든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경기에서 유일한 여당 여성 당선자인 박순자 의원(경기 안산단원을)은 최근 원내대표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박 당선자는 “정말 어려운 당의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권과 손방을 잘 맞춰나갈 원내지도부가 절실한데, ‘야당텃밭’ 안산에서 정치 해온 제가 적임”이라고 설명했다. 박 당선자는 안전행정위원장에 대한 뜻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안산은 안전의 상징도시가 됐다”라며 “안행위에서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에 주력해 세월호 사태를 원만하게 마무리 짓고 싶다”라고 말했다.
여당 여성 최다선(4선)인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을)의 무게감도 무시할 순 없다. 지난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나 의원은 총선 전부터 ‘4선 여당 원내대표’를 강조하며 경선에 참여할 것임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희망 상임위와 관련해서도 나 의원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인데, 주위에선 그만큼 원내대표직을 마음에
이들의 공통점은 수도권 지역의 3선 이상 의원이라는 점이다. 여당의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 후보가 보통 지역 분배(수도권-영남)으로 짜여지는 점을 감안하면 당내 다수인 영남 의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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