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자본을 추가 확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를 위해 조만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할 예정이다.
정부는 26일 구조조정협의체를 열어 “선제적이고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재부 금융위 한은 산은 수은 등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적정 규모의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책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인력 및 조직 축소, 자회사 정리등 자구 노력을 주문했다. 한은은 “구체적인 요청이 오면 한은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의가 시작된 까닭은 구조조정용 ‘실탄’이 갈수록 고갈되고 있어서다.
작년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보면 산업은행이 14.2%, 수출입은행이 10.0% 수준으로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산은은 1조8951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수은도 당기순이익이 411억원에 그쳐 전년 853억원 대비 반토막이 났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조선 해운 부실기업에 대한 산은과 수은의 익스포저(대출·보증·회사채 포함)는 21조원을 넘어섰다.
현재 정부 안팎에서 언급되는 자본확충 방안은 크게 정부와 한은이 동시 출자하거나 산은채 등을 매입 또는 인수하거나 금융안정기금을 활용하는 세 가지다.
문제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가 과연 추진력이 있을지다. 출자안은 현행법상 한은이 수은에는 출자할 수 있어도 산은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국회를 설득해 향후 법 개정을 해야한다. 또 한은이 산은채를 직접 인수하는 방안도 한은법 개정사항이다. 현행법상 한은이 금융 시장에서 산은채를 간접 매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대규모 매입시 일반 금리에 영향을 미쳐 형평성 논란에 직면 할 수 있다. 기준금리를 타깃팅하는 한은이 산은채를 매입할 경우 그만큼 국고채 등을 매도해야한다.
정상적인 금융기관에 출자·대출·채무보증 등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안정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은 법개정 없이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위는 금융안정기금이 범용 자원 성격이라 국책은행에만 지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견해인데 반해 기획재정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부는 구조조정으로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특별고용지원업종을 지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조선업종이 유력하다.
정부가 특별고용지원업종을 지정한 뒤 해당 기업이 근로자 해고 대신 휴업이나 휴직 조치를 단행하면 임금 일부를 고용유지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받을 수 있다. 또 해당 기업 종사자가 실직할 경우 현행 최대 8개월간 지급되는 실업급여를 6개월 추가 연장해 받을 수 있다. 취업성공패키지나 내일배움카드 등으로 재취업 훈련도 가능해진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1일 상한액을 현재 4만3000원에서 인상하고, 현재 180일로 돼 있는 지급 연장 등을 검토 중이다. 특히 정부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앞두고 중소 조선 협력업체 중심으로 우선 지원 방안을 검토
현재 조선업계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를 비롯해 1·2·3차 협력업체들까지 통틀어 약 3만1000명이 실직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조선업 종사자 약 20만명 중 15%에 달한다.
[서동철 기자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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