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이 넘는 나랏돈이 사라져버려 논란이 된 국방부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진상 규명이 진통을 겪고 있다. 사업 내용 조사를 맡은 국방연구원으로부터 중간 보고를 받은 기획재정부가 최근 연구원에 내용 미흡을 이유로 ‘재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 예산 집행에 대한 심층 분석을 진행해 왔다. 병영생활관 현대화사업은 기존의 소대 단위(30~50명 기준) 침상형 구조를 분대 단위(9명 기준) 1인 침대형 구조로 바꾸고, 병사 1인당 주거면적도 2.3㎡에서 6.3㎡로 대폭 확대하는 사업으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6조 8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라는 내용이 국방부에 의해 여러차례 홍보됐음에도 지난해 육군에서 2조 6000억원의 예산을 추가요청한 것이 기재부가 조사에 착수한 배경이다.
하지만 국방연구원이 최근 기재부에 제출한 중간보고서도 2조원이 넘는 돈이 왜 더 필요한 지에 대한 구체적이면서 논리적인 해명에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6조 8000억원 예산은 모두 집행됐는데 집행내역 중 수요예측이 잘못된 부분에 대한 총량이 집계됐을 뿐 구체적인 지역별 내용이 전혀 없어 지난 10일 추가 데이터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며 “당초 계획보다는 늦어졌지만 구체적인 지역별 데이터를 다시 받아 1달여간 추가 검증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앞서 예산 낭비의 책임을 묻는 본지 보도에 대해 “국방개혁 기본계획 변경으로 해체하기로 했던 대대가 유지되거나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번 국방연구원 중간보고서는 당초 계획보다 병영생활관 개선 수요가 더 있어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수요 예측 오류 분석과 함께 생활관 현대화 사업을 모두 마무리한 상황에서 부대가 이동해버려 빈 시설로 남게 된 부분을 분석했다. 전체적으로 사라진 예산에 대한 총량은 제시됐지만, 지역별로 사업 규모가 얼마였고 이미 완성된 사업도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진행됐는 지 현황은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누구 책임하에 어느 지역에서 얼마의 예산이 사라졌는지 규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을 진행한 해군과 공군의 경우 개별 부대 수요 조사를 통해 건물 동단위로 수요예측, 예산집행 과정을 거쳐 사업을 마쳐 별 탈이 없었다. 하지만 유독 육군만은 2020년 육군 목표 사병수를 기준으로 사업 예산을 추정, 확보해 구체적인 집행내역을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육군은 2020년 육군 예상 사병 수(31만 7000명)를 1개 대대 평균인원(452명)으로 나눠 목표 사업 대대 수를 구하고 여기에 1개 대대 평균면적(7796㎡)을 곱해 목표 사업면적(547만 2792㎡)을 구하는 ‘톱다운’ 방식으로 예산을 추산했다. 작은 부대 2개가 들어가는지, 3개가 들어가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후 육군은 사업 진행과정에서 기본 계획을 3번이나 바꾸기도 했다.
사라진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진상 규명이 어렵게 되자 기재부는 조만간 본격화할 내년도 예산심사를 앞두고 국방부의 소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 예산을 아예 배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앞으로 관심은 국방부 산하기관인 국방연구원이 진행중인 추가 조사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구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느냐다. 기밀이 중요한 군부대의 특수성을 감안해 국방연구원이 용역을 맡았지만 국방부 산하기관이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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