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5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간담회를 통해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하자 26일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새누리당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인 반면 야권은 곧바로 공세적 태도로 돌아서 반 총장을 집중 견제하기 시작했다.
홍문표 새누리당 사무총장 대행은 이날 “야당이 상당히 두렵거나 겁을 먹는 것 같다”며 “이 분이 아직 결심도 안 섰는데 견제를 많이 하는 걸로 봐서는 우리 당에 오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반 총장이 친박계 옹립론을 부정한 데 대해선 “성장과 발전 등 보수적 가치를 상당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이라며 “새누리당 성향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여권 잠룡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여권의 후보군이 많지 않은데 경험과 경륜이 풍부하신 반 총장이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해준 것은 여러 모로 국민께 희망을 드린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잠룡 중 한명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야당은 즉각 반 총장을 공격하고 나섰다. 정장선 더불어민주당 총무본부장은 “경제 상황도 안 좋은데 너도나도 대선에 끼어드는 모습에 우려가 있다”며 “유엔 총회 결의안에도 정부 직책을 삼가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 역시 “반 총장이 대권도전 시사 발언까지 하면서 나라가 좀 어수선하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은 38%를 얻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34.4%),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21.4%)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1여 2야’의 3자 구도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경우 현재 상황에서 승산이 높기 때문에 야권이 출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서둘러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때 문 전 대표가 나서 “우리(참여정부)가 만들어낸 사무총장”이라며 영입 의사까지 밝혔으나 막상 대권 도전이 가시화되자 불출마를 유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셈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며 “하지만 우리 야권으로선 한번 겨뤄볼만한 후보가 나타났다“고 낙관론을 폈다.
정작 반 총장은 이날 제주포럼 참석자들과 오찬에서 전날 발언이 대권 도전으로 해석된 데 대해 “본뜻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연말에 임기를 마친 뒤에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자택으로 곧바로 돌아오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은 또 제주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핵과 미사일 도발을 거듭하는 북한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우리는 대화를 향한 길을 다시 찾아야 할 것”이라며 북한을 향해 유
[신헌철 기자 / 제주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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